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기준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계대출을 둘러싼 정책 혼선과 관련해 "저도 일정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하로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재정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의 질의에 공감을 표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도 분명히 역할을 하지만, 여러 구조적인 요인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은에서 발표한 여러 구조조정 페이퍼(보고서)가 그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로 민간 소비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나'라는 민주당 최기상 의원의 질의에는 "한 차례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몇 차례 어떤 속도로 (금리 조정을) 하느냐에 따라 내수 진작 효과가 다를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또 가계대출을 둘러싼 정책 혼선과 관련해 "저도 일정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 총재도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인 F4 회의의 한 축'이라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박 의원은 "가계대출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장의 오락가락한 발언이 문제가 돼서 결국 본인이 국민께 사과했고, 금융위원장도 지난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족함이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급작스럽게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연기하는 등 오락가락한 정책이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었다"며 "그래서 금리 인하의 타이밍도 조금 놓친 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박 의원의 지적에 대해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정책 혼란에 피벗 효과 없다' 지적에 "부정하기 어려워"
국감 출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이 총재는 '은행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등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효과가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말씀하신 여러 요인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개월 연기와 신생아대출 등 정책대출 확대를 통한 인위적 부동산 부양 정책 탓에 집값·가계대출이 불안해졌고, 이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가 다른 나라보다 몇 개월 늦어 피벗의 실질적 효과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올해 상반기까지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올라가는 시점을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후적으로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기준금리에 따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시장금리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때문에 낮아졌다가 이번에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올라가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다른 의견이 있지만, 저는 은행들이 기본적으로 자산 가운데 부동산 관련 자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큰 만큼 이를 줄이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