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가 대선 직후 미래한국연구소에 두 차례 지선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의뢰한다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한 내역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 제공명태균씨가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등 '컨설팅'을 의뢰한 뒤 정작 공천에는 실패했지만, 정부 유관 기관에 취업한 인사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전직 의원부터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 출마 희망자 등 다양했다.
30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을 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른바 '뒷돈 3인방'(A·B·C씨) 중 B씨는 지난 2022년 4월 13일과 4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자신이 출마를 희망했던 대구시의원 관련 여론조사였다.
B씨는 낙천한 뒤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지역 협의회장에 임명됐다. B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사이의 관계가 제보자 강씨의 증언과 녹취 외에 객관적인 문서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제보자 강혜경씨에 따르면, B씨는 당초 자신의 '컨설팅비'를 돌려달라고 강하게 요청하다가, 취업이 된 뒤 독촉하길 멈췄다고 한다. 강씨는 "명씨가 'B씨는 민주평통 그쪽에 들어갔다. 그러니 돈 안 줘도 된다'고 말했다"고 기억했다. 민주평통은 헌법에 명시된 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이다. 각 지역 협의회장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B씨, 미래한국연구소에 두 차례 여조 의뢰…명태균과 관계 확인
앞서 강씨는 A·B·C씨가 각각 지방선거 공천을 약속받고 그 대가로 명태균씨에게 돈을 줬다고 폭로한 바 있다. A씨는 9차례에 걸쳐 1억 4500만원, B씨는 4차례에 걸쳐 8200만원 등 2억 27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는 강씨가 확인한 최소 금액이고, 아직 파악되지 못한 C씨의 금액까지 합하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명씨는 취재진에게 이 돈을 "(여론조사 기관인)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의 선불 카드 충전용으로 썼다"고 실토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PNR로부터 회선을 임대해서 여론조사를 돌렸는데, 전화 횟수마다 값이 책정돼 있고 이를 선불 형식으로 충전해 놓으면 전화를 돌릴 때마다 차감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 비용을 선불로 내야 했는데, 신용불량자였던 명씨가 이들로부터 공천을 약속하고 일단 돈을 끌어다 쓴 것으로 보인다. 결국 A·B·C씨의 돈이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돌리는 데 사용됐다는 의미다.
이들 또한 본인의 돈이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에 쓰인 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씨가 폭로한 당시 명씨와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명씨는 강씨에게 "돈은 모자라면 소장한테 얘기해서 A이고, B이고, C한테 받으면 된다"며 "추가로 돈을 좀 받아야 한다. 그거(여론조사) 내가 돌린다고 다 공지했거든"이라고 말했다.
강혜경 "돈 독촉하다 사라진 B씨…명태균 '기관 들어갔으니 돈 안 줘도 된다' 말해"
'명태균 게이트'를 폭로한 강혜경씨가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앞두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대선 전 명씨에게 돈을 건넨 B씨는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이후 예정된 지방선거의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미래한국연구소에 본인 선거를 위한 여론조사도 두 차례 의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B씨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B씨는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때 김영선 전 의원이 등장한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경남 창원·의창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된 뒤였다. 김 전 의원은 선거보전비용에서 A씨와 B씨에게 각각 3천만원씩 줬고, 본인의 정치 후원금으로 미래한국연구소에 공보물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또 A씨와 B씨에게 각각 3천만원씩 건넸다.
총 6천만원을 반환받은 B씨는 여전히 돌려받아야 할 돈이 최소 2200만원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없어졌다고 한다.
강씨는 "B씨는 저한테 전화해서 '선관위에서 (김 전 의원의) 돈이 보전됐다고 하는데 왜 돈 안 돌려주냐며 막 화를 냈었다"면서 "그런데 (일부) 돈을 받고 이후로는 저한테 독촉을 안 하더라. 한참 지나서 좀 이상하다, 왜 이리 조용하지 하고 있는데 (B씨가) 민주평통 그쪽에 들어갔다 그래서 돈 안 줘도 된다고 명태균이 얘기를 하더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실제 B씨는 지난해 8월 말쯤 민주평통 한 지역 협의회장으로 임명됐다. 민주평통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으로, 인선의 경우 사무처에서 추천을 올리면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구조다.
지역 협의회장의 경우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각종 회의나 행사에 대표로 참석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자리라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B씨가 협의회장으로 임명된 지역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캠프에서 주요 직책을 맡기도 했던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윤'(親尹)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尹, 최초 여조 비용 댄 '3인방' 편의 봐줬나…짙어지는 매관매직 의혹
연합뉴스김영선 전 의원이 A·B씨가 냈던 윤 대통령 여론조사 비용을 윤 대통령 대신 갚아줬고 이에 대한 대가로 보궐선거 공천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하나의 큰 줄기라면, 최초 여론조사 비용을 댄 A·B·C씨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가성 여부 역시 또 다른 핵심 줄기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B씨를 민주평통 지역 협의회장으로 임명을 해주는 등 편의를 봐줬다면 사실상 '매관매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C씨 역시 지난해 2월 28일쯤 한 사단법인 협회장으로 추대됐다.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정부로부터 위임된 대행 사무를 하고, 업계를 대표해 정부와 협상 등 대화에 나선다는 점에서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곳이다. 회장 연봉은 약 1억원대 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C씨의 그간 이력과 해당 협회장의 업무는 다소 동떨어지기도 했다. 수의사 출신인 C씨는 과거 동물병원을 운영하다가 2008년 총선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총 3차례(18·19·20대) 경남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이력이 있다. 이후 해당 업계와 관련 있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원장도 하긴 했지만, 업계 종사자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협회장 출신 D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회장 임기가 다 됐으니 누구를 한 번 해달라'고 추천이 오기도 한다"며 "C 회장은 업계하고 관련된 인사는 아니다. 지방에서 활동해 유사한 업무는 많이 했겠지만 (협회와 관련된) 공장을 운영하고 이런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낙천 후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돈을 돌려달라고 독촉했던 A·B씨와는 달리, C씨는 돈 반환 요구가 없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A·B씨는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각각 6천만원씩 받는 등 일부라도 돌려받았는데, C씨는 이마저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C씨가 애초 명씨에게 건넨 돈의 구체적인 횟수나 규모는 확인되지 않는다. 강씨는 "수천만원 상당이지만 1억원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C씨는 애초 명씨에게 돈을 준 사실 자체가 없고, 협회장 자리도 직접 발로 뛰어 얻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B씨는 취재진이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