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직간접적인 영향에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각국이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물밑 협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협상을 주도할 대통령이 부재한 이중고에 처해있는데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받게 될 영향, 산업부 조태임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첫 타깃으로 캐나다와 멕시코·중국을 지목했지만, 오늘 코스피 등 주식시장 흐름을 보면 한국 역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인데요?
[기자]
'비현실적이라고만 생각했던 관세부과가 현실화 하는구나' 이게 체감됐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코스피는 장 시작과 동시에 2%가까이 떨어졌는데요, 장중에 3.17% 까지 하락했다가 최종 2.5% 하락한 2453. 95로 장을 마감했고요. 코스닥 역시 3% 넘게 하락했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1470원대까지 뛰다가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4.5원 오른 1467.2원을 기록했습니다. 장중 147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달 10일이후 20여일 만입니다.
비트코인도 하루사이 3.5% 하락하며 10만달러 밑으로 급락했습니다.
[앵커]
주식 시장은 향후 경제에 대한 전망이 선반영되는 시장인데 향후 한국의 수출 전망이 어떻길래 이렇게 급락을 한 걸까요?
[기자]
대체적인 전망은 대미수출이 10% 안팎에서 줄 것이라는 겁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시나리오별 분석을 내놨는데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과 한국 등 기타 주요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10.2%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산업연구원 김정현 연구위원은 "단순히 가격 경쟁력이 약화가 돼서 대미 수출이 줄어드는 걸로 이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보다 결국엔 기업들이 미국 쪽에서 투자를 하고 미국에서 생산을 하는 부분들을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수출에서 상당부분 을 차지했던 것이 대미 수출이었는데 미국 등에서 생산이 되는 것들이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2024 미국 대선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보편 관세 정책이 현실화 할 경우 우리나라 연간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 61조 6천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로 인한 실질 GDP 또한 최대 0.67%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코스피가 2.5% 급락 마감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현황판에 코스피 등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2포인트(2.52%) 내린 2,453.95에, 코스닥은 24.49포인트(3.36%) 내린 703.80에 장을 마감했다. 류영주 기자[앵커]
우리 기업들이 입게 될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 인접해 있는데, 인건비는 미국에 비해 저렴합니다. 거기다 광물도 풍부하고 자유무역협정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서 한국 기업들이 이들 나라에서 직접 제조를 하는 것이 미국 수출을 하는데 있어서는 여러모로 이득이었는데, 이 점이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수출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멕시코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과 TV 등의 공장을, 기아가 자동차 공장이 진출해 있고, 캐나다에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이 나가있는데요.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국내 기업들도 기존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앵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인해 우리가 받게 될 영향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60% 관세를 예고했던 만큼 중국에 대한 관세 10%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일 수 있지만, 중국산 전기차나, 태양광 웨이퍼의 경우 각각 100%, 50%의 관세를 이미 부과하고 있었는데 이들 상품에 추가 10% 관세가 더해지는 것이고요. 이들 외의 상품에 대해서 10% 보편관세를 적용하는 겁니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330억달러로 중국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데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중국의 수출이 위축되면, 중국에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한국은행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한국의 경우 대중 수출과 연계 생산이 6%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한국과 중국 간의 수출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이 더 과잉 생산에 나서고, 중국 기업 수출이 다른 국가들로 선회할 경우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우리나라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연합뉴스[앵커]
한국 역시 곧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죠?
[기자]
미국은 이번 관세부과조치 행정명령에 대해 불법 이민과 마약, 펜타닐 등의 위협에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큰 나라들이라는 겁니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무역적자 1위 국가고, 멕시코는 2위, 캐나다는 6위 국가인데요.
한국이 이들 나라에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 8위 국가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거두고 있는 역대 최대 대미 수출 기록이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의 동맹국으로 FTA에 따라 관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조치로 동맹국도 예외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한국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재협상까지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철강에도 오는 18일쯤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고요. 4월 1일까지 자유무역협정 개정 필요성도 보고하도록 관련 부처들에 명령했는데요. 이 모든 예고가 한국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렇게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수출 감소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지금 이 상황을 지휘할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도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죠?
[기자]
지금 각국 정상들이 직접 뛰고 있지만 한국은 그야말로 나서서 뛸 사람이 없습니다. 당장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번 주중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무방비 상태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늘(3일) 정인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점검회의를 열고 "모든 협력 채널을 활용해 미국 신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겠다.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을 하고 있다"고는 밝혔는데요. 하지만 협상파트너의 무게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간 협상에 있어서는 대통령이나 리더가 중요한 게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인건데 지금은 책임을 지고 협상에 나설 사람이 없는 겁니다.
몇몇 경제학자들에게 전화를 해봤는데요. 개인적인 견해라면서 이름을 밝히길 원하지 않았는데 한 경제학자는 "현재 거의 무정부 상태에서 관세 폭탄을 맞아야 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또다른 경제학자 역시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