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imec) 회장. 연합뉴스유럽 최대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imec)의 루크 반 덴 호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과 연쇄 회동을 예고하며 이들 기업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반도체 R&D 종사자의 주52시간 근무제 완화와 관련해선 "벨기에는 근로 시간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고, (특히) 연구직은 가이드라인보다 훨씬 많이 일한다"고 전했다.
국내 최대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참석차 방한한 반 덴 호브 회장은 18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과 협업 정도는 점점 깊어지고 있으며 이 회장과도 (이번에)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 덴 호브 회장은 이어 "2년 전에 이 회장이 아이멕을 방문한 후에도 지속해서 만나 현재뿐 아니라 미래 협력 방안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84년 설립된 아이멕은 벨기에와 프랑스, 네덜란드 3국이 공동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다.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며 EU(유럽연합)의 주요 대학과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이 가입돼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는 2000년대 초부터 긴밀히 협력해오고 있다.
앞서 반 덴 호브 회장은 2022년 6월 벨기에를 찾은 이 회장과 만나 반도체 분야의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아이멕 본사를 찾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과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 R&D(연구개발)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이번 방한 기간 곽 사장과도 만나려 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는 모듈(빌딩 블록), 차세대 소자, C-FET 등 5~10년 후 상용화가 예상되는 기술에서 협업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메모리 포션(비중)을 로직 칩 내에 늘리는 방향이나 메모리가 프로세서에 더 가깝게 만드는 식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아이멕은 이와 관련해 새로운 메모리 기술을 지속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멕은 이날 주요 연구 성과 등을 발표하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두 단계에 걸쳐 25억 유로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도 전했다. 팹 확장을 통해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EUV(극자외선) 장비인 하이-NA EUV 약 100개 장비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대학, 글로벌 기업 등과 협력해 장기 연구 및 혁신을 추진하고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반 덴 호브 회장은 "국경을 넘는 협력이 반도체 기술 발전에 굉장한 도움이 되고 있다"며 "현재 디커플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각각 연구개발을 하게 되면 그 속도는 현격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및 기관과 연구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R&D 연구소 설립 가능성도 열어뒀다.
반 덴 호브 회장은 "한국에는 주요 파트너들이 많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에 R&D 연구소는 없지만 향후 이를 세우는 것에 대한 생각은 열려 있다"고 했다.
아이멕은 이날 국내 연구기관인 나노종합기술원과 인턴십 파견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국내 대학원생 12명은 다음 달부터 1년 간 아이멕에 인턴십으로 파견될 예정이다.
최근 업계 화두인 반도체 R&D 종사자의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방안에 대해서 반 덴 호브 회장은 "벨기에는 근로 시간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다"며 "가이드라인은 주 40시간인데 연구원 대부분이 열정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많이 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 덴 호브 회장은 19일 개막하는 세미콘 코리아에서 '반도체 시스템의 다양한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