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12·3 비상계엄을 묵인·방조했다는 사유 등으로 탄핵 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하지는 못했지만,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탄핵소추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총리는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출석해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행정 각부를 통할하며 대통령을 보좌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으나 대통령이 다른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후 진술을 이어간 한 총리는 "군 동원에도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한다"며 "저는 대통령님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사전에 알지 못했고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시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의 탄핵소추 사유는 △쌍특검법(김건희·채해병)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12·3 비상계엄 사태 공모·묵인·방조 △헌법상 근거 없는 '당정 공동 국정운영' 선포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지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다.
한 총리는 국회 측 탄핵 소추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점, 여야의 실질적 합의 없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 전례가 없다는 점을 깊이 고민했다"며 "여야가 합의하면 즉각 임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회는 탄핵 소추로 응답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 사건에서는 의결 정족수도 쟁점이다. 탄핵 소추 의결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이었던 한 총리 탄핵안은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무위원 탄핵 기준인 151석은 넘었지만, 권한대행이었던 만큼 대통령 탄핵과 같은 기준(200석)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한 총리 측과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이날 한 총리 측은 "국회 의결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부적법, 각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회 측은 한 총리를 파면해 대한민국의 헌법 수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만약 한 총리를 탄핵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헌재는 6인 체제로 매우 불안정하게 국민들의 불안감과 혼란을 가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양측 주장을 듣고 증거 채택 여부 결정과 증거조사까지 마쳤다. 심판 도중 헌재가 변론을 종결하려 하자 국회 측은 검찰이 수사기록에 대한 자료 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아 변론을 한 차례 속행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에 주심인 김형두 재판관은 마냥 기다리는 것은 "무익해 보인다"며 참고자료로 제출하라고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도 "탄핵소추는 입증책임을 국회에 지우고 있고 국회에 탄핵소추 의결 전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며 "그것을 포기하고 여기(헌재에) 들어왔을 때는 그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해야지, 수사기관의 선의에 기대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건 저로서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의무감은 못 느낀다" 고 했다. 한 총리 측도 "심리 지연 의도"라고 반박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의 첫 변론을 열고 90분 만에 변론을 모두 마쳤다.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거쳐 추후 선고기일을 알릴 예정이다. 헌재는 이날 국회 측이 신청한 한 전 대표의 증인신청은 기각했다.
한편 이날 한 총리 탄핵안의 의결 정족수를 문제 삼으며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 첫 변론도 이날 마무리됐다. 국민의힘 측은 한 총리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심의 표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고, 국회의장 측은 "국회 자율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 사건 심판청구 각하해달라"고 맞받았다. 선고일은 추후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