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앵커]
선거관리위원회가 '가족회사'처럼 경력채용을 친인척으로 채워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그렇지만 감사원의 선관위에 대한 '직무 감찰'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자세한 내용 권영철 대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선관위가 '가족 회사'처럼 운영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이어 감사원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는데, 좀 충격입니다?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국가 기관에서 이런 대규모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선관위는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가족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인사·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는 "우리는 가족회사다",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다" 등의 이유로 부정 채용 제보나 투서들까지 묵살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와 각 시·도 선관위가 지난 10년(2013~2023년)간 실시한 291회 경력 채용(경채) 전수 조사에서 878건의 규정 위반이 발견됐습니다. 채용공고를 내지 않고 서류·면접 심사 위원을 내부 사람으로만 구성하거나 채용 청탁과 증거 은폐 시도도 적발됐습니다.
감사원은 자녀 채용에 관여한 김세환 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전현직 선관위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말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의 부정 채용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 요청했고,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앵커]
그런데 감사원의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헌재는 어제(27일) 중앙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습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헌법이나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했다는 겁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설치한 헌법개정권자의 의사와 헌법 제97조를 비롯한 헌법의 체계 등을 종합할 때, 감사원이 선관위와 같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합뉴스[앵커]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지 못한다고, 선관위가 성역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대기자]
선관위의 채용비리가 엄청난 데 그걸 방치하라는 말이냐? 그런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헌법과 법률 규정에 따라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이 아닌 독립기관입니다. 헌법기관인 국회나 법원,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회계검사는 하지만 직무감찰은 하지 못합니다.
왜냐? 대통령은 국가수반이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입니다. 헌법 97조에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 하에 감사원을 둔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이 다른 헌법기관, 국회나 법원, 헌재,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한다면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 아니라 왕이 되는 셈입니다.
[앵커]
그렇지만 감사원법 24조 3항에는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에 선관위는 포함되지 않았잖아요?
[대기자]
그렇게 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헌재는 이걸 예시규정으로 봤습니다.
그 근거는 헌법 제97조에 감사원에 '국가', 모든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회계검사권과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직무감찰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기관은 행정부에 속한 기관을 말합니다.
헌재는 "설령 선거관리가 그 사무의 성격상 행정작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선관위를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설치함으로써 선거 관리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하여 선거 관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헌법개정권자의 의사인 점을 고려하면, 헌법상 대통령 소속으로 행정부에 속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청구인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감사원법 24조 1항 1호에 '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정부 소속의 공무원이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헌재 결정대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지 못한다면, 앞서 적발된 선관위 내부 채용비리, 이런 비리들은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합니까?
[대기자]
내부비리가 있다면 독립기관 스스로 감사를 하고 자정기능을 발휘하는 게 맞을 겁니다. 선관위는 독립된 심의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 제도를 신설하여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감사조직의 장인 감사관을 외부인사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헌재도 결정문에서 "분명하게 할 점은 피청구인(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의 배제가 곧바로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청구인(선관위)이 피청구인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및 수사기관에 의한 외부적 통제까지 배제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연합뉴스[앵커]
그건 그렇고 감사원법 24조가 그동안 여러차례 논란을 빚었다면서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입장에 따라 공수를 번갈아 해 왔습니다. 자신들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개정하자고 했다가 유리하다 싶으면 유지하자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14대 국회 때인 1995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감사원법」 제24조 제3항에 직무감찰 제외대상으로 헌법재판소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논의하면서 선관위도 함께 포함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국회에서 30여년간 5차례나 선관위를 직무감찰 제외대상에 포함시키려는 「감사원법」 제24조 제3항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16대 국회 때인 2001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선관위를 제외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개정안(이재오 원내총무 대표 발의)을 발의했습니다. 당시 법사위 전문위원은 "선거관리위원회를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 기관에서 제외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결정은 헌법 제97조가 모든 헌법상의 독립기관에 대하여는 업무수행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하여 직무감찰의 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취지인지, 아니면 헌법상 독립기관이라 하더라도 입법‧사법작용이 아닌 행정작용에 대하여는 직무감찰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 취지에 대한 판단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고 보고했습니다.(국회 의사록)
헌법재판소가 행정작용에 대해서도 대통령 소속의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겁니다.
[앵커]
이번에 헌재가 처음으로 결정한 거고요.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그렇게 정리가 됐고, 여기서 궁금한 게 그럼 감사원은 누가 감찰하나요?
[대기자]
사실 감사원이 성역입니다. 감사원은 자체 감찰 기능과 국회 국정조사 또는 국정감사, 그리고 수사기관의 수사 밖에 없습니다. 감사원도 5부(입법, 사법, 행정, 헌재, 선관위)에 속하지는 않지만 헌법에 규정된 헌법기관입니다.
감사원법에는(제2조 ①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에서는 감사원의 월권, 위헌 논란이 컸습니다. 그런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이 탄핵소추돼 직무 정지 상태입니다.
최 원장의 탄핵사유는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발언이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독립기관의 지위라는 원칙을 부정했다는 겁니다. 또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을 개정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는(헌법 제86조)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 청구권을 부여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위헌이고 위법이라는 겁니다.
헌재는 "대통령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임명하고 있으며, 정당민주주의 하에서 특정 정당의 당원으로서 해당 정당의 정책이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 바,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하여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