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산불 닷새째인 26일 불길이 산림을 태우고 있다. 연합뉴스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등에서 산불로 피해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급격한 고온 현상과 이례적 강풍 등 '기후 변화'를 불이 빠르게 번진 원인으로 꼽았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지난 겨울철 눈·비가 적게 내린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7~8일 사이 나타난 고온 현상이 대기 건조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는 강원 영동 지역이 봄철에 강한 바람이 부는 지역이었지만, 영남 지역에 유례 없는 강한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산불이 손 쓸 수 없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했다"며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강풍이 곳곳에 불면서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연기 사이 불티가 함께 날아갔다. 우박처럼 불씨가 떨어지면서 불이 빠르게 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은 "기후위기 재난은 인간이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훨씬 강력하게 다가온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정부 각 부처가 급격하게 다가온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대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 수암마을에서 주민이 산불에 탄 자신의 집을 보고 있다. 김대기 기자 박필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산불은 눈이 녹는 시기와도 연관이 큰데, 기후변화 탓에 눈이 오는 시기와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잘 나는 시기가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며 "예전에는 바람이 없던 지역에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기후 변화로 산림 환경도 급격히 변화하는 만큼,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예방 정책으로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산불은 마른 번개로 발화하는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대부분 '실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이 날 수 있는 행위를 더욱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강하게 교육할 필요가 있고, 방화범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처벌을 더 강화해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희 생명의숲 사무처장 역시 "실화로 인해 대형 산불로 번지고 있는 만큼 그 무엇보다도 입산자들이 화기류를 아예 들고 갈 수 없게 하거나 소각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대형 산불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헬기로 미리 산에 물을 뿌리고 문화재 주변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거나, 민가 주변으로는 비교적 확산 속도를 늦춰주는 활엽수림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방법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영남지역을 덮친 대형 산불로 26일 현재까지 영덕 7명, 안동 4명 등 모두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경북 의성군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되는 등 문화재도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안동시와 청송군, 영양군 등 경북 북부지방과 동해안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해 하동으로 번진 불은 현재 지리산국립공원까지 확대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