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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잡는 '장대비' 절실하지만…'가랑비' 예보에 속 탄다

화마 잡는 '장대비' 절실하지만…'가랑비' 예보에 속 탄다

전국 곳곳 비 예보…산불 피해 지역엔 5mm 수준
내일부터는 다시 그쳐…"주말까지 추가 비 없을 듯"
바람도 강하게 불고 건조한 날씨 계속돼 진화 난항
산림청 "바람에 산불 확산 속도 수십배 증가"

26일 경북 청송 주왕산면 주왕산 능선을 따라 불길이 번지고 있다. 왼쪽 위로는 청송 주왕산면과 청송읍의 불빛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26일 경북 청송 주왕산면 주왕산 능선을 따라 불길이 번지고 있다. 왼쪽 위로는 청송 주왕산면과 청송읍의 불빛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경남 지역의 대형 산불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각지에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27일부터는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화마를 잡을 '장대비'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주요 피해 지역의 강수량이 적을 것으로 예측되고 강풍을 동반한 건조한 날씨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부터 전국 곳곳 비…산불 피해 지역엔 '가랑비' 예보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제주도·경남권 남해안을 시작으로 전국에 내리기 시작한 비가 이날 오후까지 계속 내릴 전망이다.

대형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특히나 반가운 봄비이지만, 강수량이 경남 남해안 5~20㎜, 부산·울산·경남 내륙과 경북 서부 내륙 5~10㎜, 대구와 그 밖의 경북 지역은 5㎜ 미만으로 예보됐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의성·청송은 5㎜ 미만, 산청·울주는 5~10㎜, 안동도 아침에 약한 비가 내리다가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비 소식은 28일부터는 다시 뜸해질 것으로 보여 예상 밖의 강한 비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한랭전선이 형성된 상태에서는 비구름대가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빨리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고 서쪽에서 접근하는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28일부터 주말까지 추가 강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화 어려운 날씨…대기 건조하고 바람 강하게 불어

26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 야산에서 입암면 의용소방대원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26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 야산에서 입암면 의용소방대원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선 바람·습도·경사도·온도 등이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 매우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계속될 것으로 예보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바람이 순간풍속 시속 55㎞(초속 15m) 안팎으로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북쪽에서 한랭 건조한 바람까지 내려오면서 강원동해안과 강원남부내륙 산지, 충북(청주, 영동, 제천, 단양), 광주.전라동부, 경상권(부산, 남해안 제외), 제주 지역은 매우 건조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상청은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바람도 강하게 불어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질 수 있으니, 입산을 자제하고 야외 활동(산행, 캠핑 등) 시 화기 사용, 쓰레기 소각, 논밭 태우기를 하지 않는 등 화재 예방에 각별히 유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바람이 아예 불지 않는 '무풍' 상태 대비 초속 6미터의 바람이 불 때에는 산불의 확산 속도가 26배가 증가한다. 수분 함유량이 15% 이하인 낙엽은 35%인 낙엽과 비교했을 때 발화율이 약 25배 높기 때문에 건조도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소량의 비라도 내리게 되면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희망적인 변수로 거론된다. 조천호 전 국립과학기상원장은 "온도가 올라가면 토양의 수분이 공기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건조해져서 한번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는다"며 "비가 오게 되면 토양이 촉촉해지기 때문에 산불이 번지는 데에 있어 추가 피해를 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림청은 예보대로 강수량이 적고, 비가 오는 기간도 하루 정도에 그친다면 산불 진화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매우 건조한 날씨에 바람도 많이 불고 있기에 비가 2박 3일 정도 일정 수준 이상 내려야 진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비가 온다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이 비마저도 다음날부터 그치기 때문에 진화에 큰 도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으로 번져나가면서 인명피해 규모도 불어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전날 오후 4시 기준 24명이다. 중상자 12명과 경상자 14명까지 합친 사상자는 50명에 달한다. 대피자도 2만 8869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건물은 317개소로, 의성에 가장 많은 234개소가 집중됐다.

여태까지 경남 산청과 하동, 경북 의성과 안동, 울산 울주와 온양 등 파악된 산불 영향 구역은 같은날 오후 6시 기준 1만 7752ha(헥타아르)로, 이는 축구장 2만 4800여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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