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발생한 서울시 강동구 싱크홀 사고 현장을 위에서 바라 본 모습. 전문가들은 부서진 강관 주변 등에 시멘트, 약액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부실 그라우팅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 출처 = 한국일보) 30대 남성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시 싱크홀 사망 사고가 '인재(人災)'였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미 지하철 공사 관계자가 사고 발생 전 두 차례나 붕괴를 우려한 민원을 제기한 상황에서, 이번엔
전문가들이 약한 지반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물을 차단하는 '그라우팅 작업'이 부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그라우팅이 충분히 됐다면 그 흔적인 시멘트 등이 사고 현장에서 드러나야 하는데 현장 사진 등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다.
소방당국도 현장에서 시멘트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싱크홀 사망 사고가 발생한 도로 아래에선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 1공구' 터널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 지역은 암석이 아닌 풍화토(흙)로 이뤄져 있고, 산으로 인해 경사로와 지하수도 있었다고 한다. 전문가들도
지반이 약한 만큼 흙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물의 유입을 차단하는 그라우팅 작업이 필수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강관 다단 그라우팅 작업'이 이뤄졌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강관 다단 그라우팅'은 구멍을 뚫고 설치한 강관에 '약액'이라 불리는 시멘트·화학물질을 주입해 주변 땅을 단단하게 굳히는 작업이다.
쉽게 말해 긴 관에 약품을 넣어 주변 땅을 굳힌 다음 터널을 파는 것이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그라우팅 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고 현장의 사진을 보면
강관만 보이고 약액을 제대로 넣은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 감사담당관을 지낸 하홍순 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 상임이사는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강관만 꽂아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약액을 주입했다면 주변이 약품에 완전히 덕지덕지 덮여있어야 한다. 아이스크림 막대에 아이스크림이 붙어 있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도 "사진을 보면 강관만 보일 뿐, 용액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시멘트 용액은 넣지 않고 강관만 흙에 꽂아 놓은 상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라우팅을 제대로 했다면 시멘트 액이 하얗게 보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4개차로에 걸친 '대형 싱크홀(땅꺼짐)' 이 발생했다. 25일 사고 현장 주변이 통제되고 있다. 깊이는 30m로 추정된다. 박종민 기자싱크홀 사고 이후 현장을 수습한 소방당국도 시멘트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동소방서 관계자는 "그곳은 토사가 무너져서 밀려 들어온 상태였다. 콘크리트 같은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는 약액을 넣은 것으로 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봤을 때 하얗고 시커멓게 널려 있는 것이 있었다"며 "약액이 주입된 것인지는 직접 내려가 확인해야 하지만, 위에서 봤을 때는 하얀 것이 있어 강관 다단에서 부서진 흔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사 관계자에 이어 전문가들도 그라우팅 부실 작업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사고 당일 터널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물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대피한 점도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거론된다. 때문에 해당 작업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는 정밀 검사와 이후 경찰 수사에서도 주요 규명 포인트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한편 이번 지하철 공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1공구 종점 터널 구간 등의 붕괴를 우려하는 민원을 지난해부터 서울시에 두 차례나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의 대응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진 상황이다.
(관련기사: [단독]지하철공사 관계자, 서울시에 '싱크홀 우려' 민원 2번이나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