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발언에 대해 "진지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극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러시아 역시 북극 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최북서단 무르만스크에서 열린 '북극-대화의 영토' 포럼에서 "그린란드 편입 계획이 미국 새 행정부의 터무니없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영토 확장의 야욕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등 측근 인사들이 잇따라 그린란드를 방문하면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그린란드 편입 주장을 북극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 심화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극의 역할과 중요성이 러시아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유감스럽게도 이 지역에서 발판을 확보하기 위한 지정학적 경쟁과 투쟁도 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진지하고, 편입 계획은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하게 되면 러시아와의 대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북극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영향력이 커지면 러시아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러시아는 북극에서 누구도 위협한 적이 없지만 상황의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할 것"이라며 "북극 지역의 군사 시설을 현대화하고 군 병력도 증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극 개발과 관련해서는 서방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푸틴 대통령은 "우호 국가뿐 아니라 서방 국가들도 관심을 보인다면 북극에서 글로벌 국제 프로젝트를 시작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벨라루스,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여러 국가들이 북극 운송 인프라 개발에 관심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