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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작은 극장에서 시작된 기후 연대

편집자 주

역대급 폭염과 폭우 앞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것 밖에는. 다만 다행인 건 기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 만큼 기후위기를 '네 일'이 아닌 '내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 속에 지역 곳곳에서도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CBS는 기후위기를 향한 냉소와 포기를 넘어, 한걸음의 작은 실천을 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기후행동이 가진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들⑪]
기후정의 담은 다큐 영화, 순천 시사회 열려
시민들 십시일반 후원…남은 후원금 기부로 이어져
"연대의 첫걸음, 앞으로 펼쳐질 기후 행동에 대한 기대"

'바로 지금 여기'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주최 측 제공 '바로 지금 여기'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주최 측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
③ "이렇게 하면 바뀌겠죠" 효천고 기후환경 동아리 '센트럴'
④  뚜벅이 환경공학자의 '자동차와 헤어질 결심'
⑤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순천에서도 울리다"
⑥  냉난방 없이도 가능한 삶, 순천 사랑어린학교가 살아가는 법
⑦  기후위기 대응, 급식에서 시작하다
⑧  버려질 뻔한 병뚜껑, '플라스틱 대장간'에서 변신하다
⑨ "노플라스틱 육아, 가능해?" 환경 덕후 엄마의 실천법
⑩ "손은 아프지만, 지구는 웃는다" 종이팩을 살리는 카페들
⑪ '바로 지금 여기'…작은 극장에서 시작된 기후 연대
(계속)

"평범한 하루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바로 지금, 여기> 속 기후활동가의 말이다.

지난 20일 저녁, 전남 순천시 원도심 CGV 영화관. 개봉도 하지 않은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 8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상업영화도 아닌 다큐멘터리를 향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자발적이었다.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든 자리였다.

남태제·문정현·김진열 감독이 공동제작한 영화는 석탄발전소 수출 반대 운동을 하다 기소된 청년 은빈의 법정 증언으로 시작된다. 그의 이야기는 쪽방촌과 농촌으로 이어진다. 기후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는 절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후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고, 공동체를 지켜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긴 싸움 끝에 은빈과 동료들은 대법원 판결을 마주한다.

'바로 지금 여기' 를 추진한 한진희씨가 시사회 설명을 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바로 지금 여기' 시사회를 추진한 한진희씨가 시사회 설명을 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시사회를 추진한 건 순천 외서면에서 농사를 짓고, 쓰레기를 주제로 예술 작업을 이어온 청년 농부 한진희 씨다.

한 씨는 지난해 곡성 마을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본 뒤 "기후위기 활동을 하며 외로웠던 순간, 이 영화에서 연대와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도 같은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때마침 전국 단위로 꾸려진 '바로 지금, 여기' 관객추진단에 합류했고, 진희 씨는 순천을 대표해 참여했다.

이후 순천환경운동연합, 전남녹색연합, 순천YMCA 등 10여 개 시민단체가 함께 꾸렸고, 순천 시민들은 십시일반 후원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청소년을 위한 '맡겨둔 티켓' 후원도 이어지며 이날 영화관의 자리를 넉넉하게 채웠다.

화순에서 찾아온 교사부터, 별량중 학생들,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다양한 얼굴들이 극장을 찾았다.

별량중 이효림 학생은 "기후위기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작은 실천부터 해보고 싶다"고 또박또박 얘기했다.

진정웅 씨는 "기후위기가 쪽방촌 같은 취약계층에 큰 피해를 준다는 걸 몰랐다"며 "앞으로 주변을 더 살펴야겠다"고 다짐했다.

박병열 건축가도 "기후위기는 강자가 만들고 고스란히 약자가 피해를 본다"며 "지금 바로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겠다"고 했다.

박혜성 순천 예수마음교회 목사는 "교회에서도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한 연대를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박성혜 화순 제일중 교감은 "이 영화 속 청년처럼 행동하는 양심을 지닌 학생들을 길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지금 바로 여기' 순천 시사회를 찾은 시민들. 주최 측 제공 '지금 바로 여기' 순천 시사회를 찾은 시민들. 주최 측 제공 
이날 모인 후원금 중 일부는 다음 상영회 예정지인 경기도 고양으로 보내졌고, 나머지는 전남기후행진비상행동에 기부됐다. 작은 연대가 또 다른 연대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 씨는 "기후위기로 때때로 우울하고 무력했지만, 이번 시사회를 통해 우리 지역에도 이렇게 기후정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우리 희망을 놓지 말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손을 잡자"고 강조했다.

순천의 작은 영화 상영은 그렇게 연대의 씨앗이 되었다. 이 작은 씨앗이 자라나 기후 변화를 위한 행동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지, 그 여정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이 영화 시사회 및 상영은 경북 상주, 전남 순천, 경기도 고양에 이어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계속해서 진행될 예정이다.

'바로 지금 여기' 순천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주최 측 제공 '바로 지금 여기' 순천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주최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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