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노 플라스틱 카페에서 에코브릭을 들고 있는 남윤미 씨. 박사라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 "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 ③ "이렇게 하면 바뀌겠죠" 효천고 기후환경 동아리 '센트럴' ④ 뚜벅이 환경공학자의 '자동차와 헤어질 결심' ⑤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순천에서도 울리다" ⑥ 냉난방 없이도 가능한 삶, 순천 사랑어린학교가 살아가는 법 ⑦ 기후위기 대응, 급식에서 시작하다 ⑧ 버려질 뻔한 병뚜껑, '플라스틱 대장간'에서 변신하다 ⑨ "노플라스틱 육아, 가능해?" 환경 덕후 엄마의 실천법 (계속) |
"아이가 비닐 포장된 간식을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고민돼요.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을 줄이고 싶지만, 육아를 하다 보면 쉽지 않거든요."
"7살 아이를 키우는 남윤미(순천·42)씨에게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은 취미이자 일상이다. 보통 취미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만, 그는 '노플라스틱 실천'이 '재밌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탄과 반성의 순간을 반복했다.
일회용 대신 직접 만든 기저귀
지난 2019년 10월 아이를 낳은 남 씨는 일회용 기저귀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에 불편했다. 이에 부드러운 소창 천을 주문해 자르고 박음질을 해 직접 기저귀를 만들었다. 사용한 기저귀는 친환경 가루세제로 담가 두었다가 손빨래를 하고, 과탄산수소를 이용해 깨끗하게 세척한 후 재사용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힘들어질 때는 일시적으로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다시 천 기저귀로 돌아갔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이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물티슈 사용도 최소화했다. 아이의 배변은 물로 씻겼고, 외출 시에는 가재 손수건에 물을 적셔 사용했다. 청소할 때 어쩌다 물티슈를 사용하면 빨아서 다시 쓰기도 했다.
"아기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들이 대부분 플라스틱이죠.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사용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어요."
남윤미 씨가 집에서 모아 색깔별로 분류해 놓은 병뚜껑들. 남윤미 씨 제공 플라스틱 병뚜껑에서 시작된 환경 실천
이러한 실천의 계기는 아이를 낳기 전, 2018년 TV에서 본 '플라스틱 방앗간'이었다. 재활용이 어려운 폐트병 병뚜껑을 새 물건으로 만드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그때부터 병뚜껑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후 순천 장천동의 노플라스틱 카페에서 진행하는 '에코브릭'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용을 더욱 철저히 하게 됐다.
에코브릭은 잘게 자른 비닐을 페트병에 넣어 단단히 채운 후, 의자나 가구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페트병과 비닐류를 꼼꼼히 분리수거하고, 모은 병뚜껑도 따로 관리했다. 이후 그는 친환경 세제 등을 접하면서 점점 노플라스틱 생활을 실천하게 됐다.
"비닐 하나가 땅에 묻히면 썩는 데 500년이 걸린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에코브릭을 만들어 생활용품으로 활용하기로 결심했죠."
딸과 슈퍼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남윤미 씨. 남윤미 씨 제공 노플라스틱 육아, 가능할까?
아이가 사용하는 물건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며, 장난감도 90% 이상이 플라스틱이다. 인기 있는 간식도 대부분 개별 비닐 포장으로 돼 있어 플라스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남 씨는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의 불편함이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불편함보다 더 크게 느껴져, 플라스틱 최소화를 실천했다. 우유는 종이팩으로 된 제품을 선택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사지 않기 위해 집에서 직접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이기까지 했다. 장난감은 장난감 도서관을 이용했고, 아이 옷은 물려받아 입혔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 수세미 대신, 삼베실로 직접 수세미를 만들어 사용했다. 삼베는 자연 분해되기 때문이다.
소비를 줄이는 것도 환경 보호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남 씨는 "저희 부부 옷도 그렇지만, 지난해 아이 옷은 한 벌도 사지 않았다. 올해 설에 설빔으로 한 벌 사준 게 전부였다"며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고 있음을 밝혔다.
에코브릭 만들기를 놀이처럼 하고 있는 남윤미 씨 딸. 남윤미 씨 제공 아이와 함께하는 '노플라스틱' 놀이
그의 육아 방식은 아이와의 놀이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아이가 3~4살 무렵에는 병뚜껑을 색깔별로 분류하며 색깔 놀이를 했고, 에코브릭을 만들 때는 막대기로 비닐을 눌러 채우는 과정을 놀이처럼 즐겼다. 또한 모아둔 폐트병과 캔은 재활용 수거 기계인 '슈퍼빈'에 넣었다. 슈퍼빈까지 가는 데 10분이 걸렸지만, 마트 카트에 가득 담길 양의 페트병을 한 달에 한 번씩 딸과 함께 수거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가 됐다. 슈퍼빈은 캔 하나당 10원을 적립해 주는데, 지금까지 남 씨는 8만 원 이상을 적립했다.
이제 7살이 된 아이는, 이렇게 엄마와 함께 한 실천들 덕분에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보면 "쓰레기를 버리면 지구가 아파"라고 말하며 자연럽게 기후위기 시민으로 자라나고 있다.
"제가 에코브릭을 만들고 있으면 본인도 시켜달라고 해요. '파랑색 병뚜껑은 파랑색끼리 모으자' 라며 색깔별로 분류하면서 색깔 공부도 하고, 에코브릭을 만들 때 막대기로 눌러 채우는 것은 아이 몫으로 재미있어해요."
모아서 깨끗이 씻어 말린 우유팩들. 남윤미 씨 제공플라스틱과 비닐 사용 '최소화'가 목표
SNS를 잘 하지 않던 남 씨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이유도 '노플라스틱' 실천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SNS 소개 문구는 '노플라스틱 덕질을 위한 인스타그램'이며, 게시물 역시 대부분 환경을 실천한 기록들이다. 그는 "집에서 쓰레기가 줄어드는 걸 눈으로 확인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환경 보호에 동참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귀찮음을 이겨내게 한다"고 말했다.
혹시 '나 한 사람이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어?'라는 회의감이 들지는 않을까?
남 씨는 "누군가는 나처럼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에서도 이런 삶을 실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점점 더 확산될 거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특별히 거창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며 "생수를 사 먹지 않고,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최소화하며 사는 것이 목표고, 그렇게 평생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초보 환경 실천자들에게 가장 쉬운 방법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그는 이렇게 제안했다.
"텀블러도 한두 번 쓰고 안 쓰면 결국 쓰레기가 되잖아요. 중요한 건 꾸준히 사용하는 거예요. 오늘부터 함께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