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반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입에서 정확히 "평창"이 발음됐다. 순간 더반 국제컨벤션센터(ICC) 그린룸이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자리에서 일어난 대표단은 기쁨의 포옹을 나누며 감격의 눈물을 참지 못했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어느새 그린룸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외침으로 채워졌다.
평창이 ''약속의 땅'' 더반에서 마침내 12년의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었다. 평창은 6일 밤(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실시된 IOC위원들의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경쟁도시였던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를 제치고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1999년 2월5일 강원 동계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동계올림픽 개최를 공식 표명한 이래 무려 12년만에 일궈낸 결실이었다. 두 번의 실패 후 얻은 값진 열매였다. 앞선 두 차례의 개최지 투표에서 매번 선두로 나서고도 과반 득표에 실패, 2차 투표에서 역전당했던 평창이었지만 더 이상의 역전패는 없었다. 평창은 95명의 IOC 위원들이 투표한 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과반표를 훌쩍 넘어 63표를 획득했다. 뮌헨이 25표, 안시가 7표였다. 완벽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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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평창은 세계 4대 스포츠대회인 동계와 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됐다. 전 세계를 통틀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에 이어 5번째다. 미국이나 영국 등 전통적인 스포츠 강국도 이룩하지 못했던 쾌거다. 또 일본(1972년 삿포로, 1998년 나가노)에 이어 두 번째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아시아국가가 됐다.
평창에서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아시아, 나아가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을 열겠다는 평창의 비전이 IOC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투표에 앞서 실시된 프레젠테이션은 완벽했다. 한 편의 드라마였다. 이명박 대통령, 조양호 유치위원장, 김진선 특임대사, ''피겨요정'' 김연아 등 발표자 8명 전원이 영어로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은 감성과 이성이 어우러진 완벽한 무대였다.
지난 2일 더반에 입성해 전방위 득표활동을 벌여온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대한민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 보다 더 확실한 보증은 없었다.
강원도지사로 지난 두 차례 도전을 지휘했던 김진선 특임대사는 "세 번째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내 운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혀 IOC위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다섯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연아는 프레젠테이션의 하이라이트였다. "10년 전,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꿈꾸기 시작했을 때 나는 서울의 아이스링크 위에서 나만의 올림픽 드림을 꿈꾸는 작은 소녀였다"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 김연아는 "이제 내 꿈은 내가 가졌던 기회를 새로운 지역의 다른 재능있는 선수들과 나누는 것이고, 평창의 올림픽 개최는 이를 도울 수 있다"며 평창의 비전에 대해 얘기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부동표를 움직이는 결정적인 시간이 됐다면 지난 2년간 세계 각국을 돌며 전방위 득표활동을 벌여온 이건희 IOC위원(삼성전자 회장), 조양호 유치위원장(대한항공 회장),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전 두산그룹 회장)은 표밭을 다진 일등 공신들이다.
지난 2년간 IOC위원이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라도 달려가 평창 지지를 호소해 온 스포츠 리더들이 다닌 거리는 총 123만km. 평창의 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구 31바퀴를 돌아 온 스포츠 리더들의 열정과 노력은 평창의 꿈을 실현시킨 동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