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왼쪽 두번째)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회동을 갖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여야 전임 원내대표가 이미 합의한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관련 국정조사는 6월 임시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합의한 내용이다. 결국 "노력하기로 합의한다"는 것인데, 이런 기형적인 합의가 나온 배경은 뭘까?
우선 약속 파기로 비쳐지는데 대한 새누리당 내부의 부담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지난 3월 검찰수사가 끝나면 즉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고 한 만큼 이를 거부할 명분이 약하다.
또 최근 새누리당 내부에서 검찰수사가 잘못됐다든가, 3월 합의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식의 발언이 나온데 대해 당내 일각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마치 새누리당이 뭔가를 숨기려하거나 국정원을 비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재선의원은 "전임 원내대표간 합의를 파기한 것처럼 비쳤는데, 이번 합의는 이를 불식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기존 합의를 뒤집고 국정조사를 거부할 경우 '원칙과 신뢰'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내부에는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강온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같은 '반쪽합의'를 통해 내부 입장정리에 시간을 버는 효과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합의를 통해 6월 국회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6월 국회'라는 시한을 못박은 것은 일정한 성과에 해당한다.
하지만 어정쩡한 합의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원내 관계자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실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며 "새누리당 내부 입장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NEWS:right}민주당은 국정조사 실시에 대해 새누리당이 향후 미온적으로 나올 경우 대국민 홍보전 등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날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지루한 공방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핵심에는 '수사 완료 시점'이 자리잡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조사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수사가 완료되면 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이나 전직 국정원 직원에 대한 민주당의 매관매직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설혹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실시로 방향을 잡더라도 조사 범위와 증인채택, 조사 시기 등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질 소지가 크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날 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발췌록을 단독 열람한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등 새로운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6월 국회에서 국정조사 계획서가 처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