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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개털이 임신 막고 아기 죽인다고?

    유독 한국만 '괴담'과 '낭설' 많아…"반려견은 영유아 정서·면역에 도움"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최근 건강한 옥동자를 낳은 서울 노원구의 김현주(31) 씨는 요즘 고민이 크다. 매일 바쁜 남편이 안겨준 반려견 '브라우니' 때문이다.

    김 씨는 "출산한 뒤 부모님과 주변에선 '강아지는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빨리 다른 곳에 보내라고 한다"며 "혼자 있을 때 웃음을 안겨준 정든 친구인데 정말 이별해야 하는지 슬프다"고 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 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반려동물과의 생이별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고민의 한가운데에는 이런저런 '속설'들이 등장한다. "애완견이 사람에게 옴을 옮겼다"거나 "개회충으로 인해 사람이 실명했다", "개털 때문에 불임이 됐다" 등의 얘기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속설들은 모두 '낭설'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사실로 여겨지면서 매년 버려지는 반려동물만도 40만 마리로 추정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런 낭설들이 '개는 더럽다'거나 '털이 많이 날린다'는 식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개, 고양이를 키우면 임신이 안된다?

    가장 흔한 낭설 가운데 하나가 "개나 고양이를 키우면 임신이 안 된다"는 말이다. 요즘처럼 불임률이 높은 상황에서 반려동물과의 생이별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낭설의 근거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모성호르몬이 증가해 여성호르몬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모성호르몬'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다는 게 함정이다.

    가정의학과 권지형 전문의는 "얼핏 듣기에 그럴 듯해 보이지만 모성호르몬이라는 건 아예 없다"며 "설사 모성호르몬이 있다 해도 불임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 논리대로라면 첫째 아이를 낳은 세상 모든 엄마는 '모성호르몬'이 생겨 둘째를 낳을 수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란 것이다.

    "불임인 여자를 검사해보니 나팔관이 개털로 꽉 막혀 있었다"는 소문도 낭설에 불과하다.

    권 전문의는 "자궁경부라 불리는 자궁 입구는 매우 두꺼운 근육으로 평상시에는 바늘구멍보다 작게 꼭 닫혀 있다"며 "개털이 자궁경부를 지나 나팔관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드물지만 나팔관이나 난소에서 털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일종의 양성 종양"이라고 덧붙였다.

    난소가 있던 난자가 웃자라면서 털이나 이빨, 뼛조각 등의 조직으로 제멋대로 분화한 것이지, 개털일 가능성은 '제로'라는 얘기다.

    ◈ 임신 중 개털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또다른 '괴담'은 "개털이 임신중 태아에게 침입해 나쁜 균을 옮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 털이 엄마의 몸속으로 들어가 태아에게 침입하기란 오히려 임신 전보다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권 전문의는 "임신하면 태아는 자궁경부의 방어장치와 양막에 둘러싸여 보호받는다"며 "세균을 비롯한 어떤 외부 물질도 자궁경부를 지나 양막을 뚫고 태아에게 닿기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신생아는 반려견과 함께 살면 안 된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이제 막 세상에 나와 적응을 시작한 만큼, 가장 연약한 상태임엔 틀림없다. 면역반응 능력이 떨어져 가벼운 감염으로도 패혈증 등의 심각한 질환이 생길 수 있기에 더욱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아지와 신생아를 한 집에 두면 안 된다"는 속설도 낭설이다. 같이 사는 가족들이 손을 자주 씻듯, 반려견도 목욕과 미용을 통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주면 아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신생아와 반려동물의 직접적인 접촉은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은 매번 매번 손을 씻지만 반려견은 매번 그럴 수 없기 때문.

    여기에 혹시 있을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도 신생아와 반려견을 한 공간에 두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건국대 수의과대학 엄기동 동물병원장은 "모든 생명체가 태어나면 모체로부터 모유를 통해 면역력을 획득해간다"며 "이 과정에서 병원체나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항원에 노출되면 면역항체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후 1개월 때에는 이러한 면역체계가 불안정하므로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 개털 때문에 숨이 막혀 죽었다?

    개를 키울 때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것이 바로 '털'이다. "'개 키우는 집 아이가 죽어 부검을 해봤더니 개털이 기도를 막았다더라" 식의 얘기가 자주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역시 괴담에 불과하긴 마찬가지다. 권지형 전문의는 "동물 털이 코로 들어간다면 가장 먼저 거쳐야 할 장벽이 콧속의 코털"이라며 "대부분의 동물털은 이 장벽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운 좋게 콧속 뒤쪽에 있는 비강까지 들어갔다 해도 끈적한 점액이 깔려 있어 다 걸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

    권 전문의는 "만약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다 털이 넘어갔다고 해도, 후두에도 비강과 같은 구조가 있어 기관지에 다다르기 전에 다 처리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반려견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반려견을 영유아와 함께 키우는 게 장점이 더 많다고 조언한다.

    먼저 반려견은 아이에게 면역학적으로 도움을 준다. 위험도가 낮은 반려견의 항원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정말 위험한 질병에 직면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권 전문의는 "소를 키우는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 소의 바이러스인 우두를 이용해 천연두 백신을 만든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정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소아정신과 의사인 보리스 레빈슨은 1962년 실험을 통해 '반려동물이 아동의 놀이상대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입증했다.

    또 미국 퍼듀대학 수의학 교수 벡과 정신과 의사인 캐처는 1984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아이들은 반려동물과의 놀이를 통해 운동량이 늘어나고 감각도 발달한다"고 밝혔다.{RELNEWS:right}

    영국 워릭대학 심리학 교수인 맥 니콜라스와 콜리스도 "반려동물은 유아에게 외로움을 줄여주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며, 비밀을 보장해 주는 대화상대가 되어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신남식 교수는 "어려서부터 동물과 함께한 사람은 커서도 천식 발생률이 낮고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논문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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