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있는 두산 홍상삼. (자료사진=두산 베어스)
두산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빠진 상황에서도 3위를 달리고 있다. 나머지 선발들이 제 몫을 해줬고, 무엇보다 불펜의 힘이 컸다. 윤명준과 오현택, 김명성 등이 불펜에 무게를 더 했고, 갑작스럽게 마무리 역할을 맡은 베테랑 정재훈도 뒷문을 잘 지켰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의 고민은 여전하다. 바로 홍상삼(23)에 대한 고민이다.
홍상삼은 올 시즌 두산의 마무리였다.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한 뒤 오현택과 더블 스토퍼로 나섰고, 5월 중순부터는 붙박이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홍상삼은 지난 6월7~8일 대구 삼성전에서 연거푸 끝내기 홈런을 맞은 뒤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속된 말로 정신을 못 차린다. 김진욱 감독이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김진욱 감독은 홍상삼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애를 썼다. "위기에 강하구나 생각했던 것은 판단 미스였다"라면서 주자가 없는 편안한 상황에 홍상삼을 올렸다.
하지만 홍상삼은 쉽게 안정을 찾지 못했다. "구위는 괜찮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전에서는 달랐다. "포수 미트만 보고 던져라"는 조언 이후 조금씩 안정을 찾는 듯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다시 혼자 힘으로 타자를 이기려는 습관이 나왔다.
결국 김진욱 감독은 후반기들어 정재훈을 마무리로 돌렸다. 대신 홍상삼을 정재훈 앞에 배치해 이른바 '필승조'를 꾸렸다. 김진욱 감독도 당시 "마무리는 부담이 되는 것 같다"면서 "주자를 1명 내보낸다는 생각으로 투입한다. 줄 건 주고 빨리 끊으면 된다. 주자가 있을 때는 밀어내기도 상관 없다는 생각으로 던지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홍상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카드였다.
이런 김진욱 감독의 배려에도 홍상삼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13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0-2로 앞선 8회초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대타 박준서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마운드에 올라 처음 던진 공이 동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8월 6경기에서 6⅔이닝 5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6.75다. 결국 김진욱 감독의 마음도 바뀌었다.
김진욱 감독은 "상삼이를 기용하는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구위는 여전히 좋다. 직구 구속도 140km 후반대를 찍고 있다. 5승2패 22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결국 정신적인 문제다. 누구보다 힘든 마음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홍상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