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남북이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14일 저녁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오늘 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짧은 입장을 냈다.
또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위해 남북한이 함께 노력해 가기를 기대한다는 바램과 오랜 시간 정부를 신뢰하고 기다려준 국민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남북이 133일만에 개성공단 정상화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은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원칙과 신뢰'가 남북관계에서도 통했다는 의미가 있다. 국내정치에서 보여졌던 특유의 뚝심의 승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중단하고 북측 근로자 전원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열린 국무회의(4.9)에서 "그동안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개성공단을 중단시키겠다고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개성공단 가동중단의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위기를 조성한 후 타협과 지원, 위기를 조성한 후 또 타협과 지원, 끝없는 여태까지의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겠나"며 남북관계에서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이후 개성공단 문제를 푸는 우리측의 '바이블' 역할을 했고, 북측의 '책임있는 입장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2대 선결조건으로 구체화됐다.
하지만 개성공단 정상화를 논의하는 실무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박 대통령의 과도한 원칙주의가 남북 양측의 운신의 폭을 좁혀 사태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원칙만 고수한 것은 아니다.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하는 주체를 '남과 북'으로 한 것은 북한의 체면을 세워줌으로써 결국 회담타결의 결정적인 열쇠가 됐다.
개성공단 가동중지 사태가 133일만에 정상화를 위한 가닥을 잡으면서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에 기반해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주인공이 되게 됐다.
첫 관문인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두번째, 세번째 관문인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할 기반도 마련됐다. 박 대통령이 주창한 DMZ 평화공원 구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합의문 타결을 통해 국제적으로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킬 수 있게 됐고. 국내적으로는 세제개편안 파동으로 빚어진 수세 국면에서 빠져 나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남북관계에서 낙관은 금물이다. 합의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새로운 문제가 터질 수도 있고, 예상치 않은 복명을 만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정상화를 위한 당국회담을 제안하자 '그동안 국민들께서 정부를 신뢰하여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혀혔지만 회담이 '급' 문제로 불발되면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