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국제 스포츠 행정가 양성을 위한 석사과정 '드림 투게더 마스터 프로그램'을 듣는 대한축구협회 김준영 과장(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4일 오전 9시, 서울대학교 153동 2층 강의실에서는 서울대 국제 스포츠 행정가 양성을 위한 석사 과정 ‘드림 투게더 마스터 프로그램’(Dream Together Master Program) 그룹발표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수업 주제는 '스포츠 이벤트 유치 및 운영.' 12년차 축구행정가 김준영(37, 대한축구협회 경기운영실 등록팀 과장) 씨는 '국제카바디대회 부산 유치안'을 같은 조 준에이드(파키스탄), 빌리(인도네시아), 여혜진 씨와 돌아가며 영어로 발표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올초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스포츠인재 양성에 관심이 많다. 5월쯤 해당 프로그램 이수 희망자를 뽑는다는 사내 공지가 떴다. 김 씨는 “현장과 이론을 접목해 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도전했다. 치열한 사내경쟁과 서울대 석사 전형을 거쳐 대상자로 선정됐다. 학비는 사업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체육인재육성재단과 회사가 반반씩 부담해준다.
주5일 수업인데다 개인 및 그룹 발표가 많다. 1주일 단위로 강의 주제와 교수도 바뀐다. "발표 준비 때문에 이날 새벽 3시에 잤다”는 김 씨는 “하루하루 수업이 타이트하지만 어려운 과정 속에서 재미를 찾으려 노력한다”고 웃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만만찮지만 보람이 더 크다. 김 씨는 “그동안 축구에 국한해 생각했지만 학교에서는 스포츠 전반을 배우니까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스포츠 인문학, 마케팅, 조직, 미디어, 법, 협상 등 수업 주제가 광범위하다.
함께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 18명은 모두 개발도상국 출신이다. 한국인은 김 씨까지 6명. 개도국의 스포츠 행정가를 양성해 지속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우리나라의 국제 스포츠 영향력을 제고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김 씨는 "외국인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습수준도 높다. 저보다 영어실력이 좋으니까 동기부여도 된다"고 했다..
이어 "동기들 중에서는 자신이 큰 형 뻘에 속한다"며 "나이 어린 학생들의 창의성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참여형 수업을 하면서 바람직한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자기 생각이나 한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고, 팀워크를 통해 합리적인 정책을 도입하는 것 아닐까요? 궁극적으로 스포츠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거겠죠."
2011년 기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규모는 13억 2천만달러로,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23개 회원국 중 17위에 불과하다. ODA/GNI(국민총소득) 비율은 0.12%로 22위.
스포츠 분야 공적개발원조는 더 미약한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 차원의 개도국 스포츠 지원 금액은 50억원 정도였다. 더구나 태권도 평화봉사단과 태권도 사범 파견, 스포츠용품 지원 등 단발성 사업에 국한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스포츠비전 2018'에서 '뿌리가 튼튼한 스포츠'를 위한 중점 추진과제로 스포츠 공적개발원조 확대를 내세우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올해 개도국 스포츠 지원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71억원. '드림 투게더 마스터 프로그램’에는 올해 15억원을 포함, 2017년까지 총 233억원이 투입된다.
우리나라는 스포츠강국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종합 5위에 올랐고, 세계 4대 국제스포츠이벤트를 모두 유치했다. 그러나 스포츠 선진국은 아니다. 김 씨는 "드림 마스터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 성장을 기대한다"며 " 한국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움 하려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시스템과 풀뿌리 체육을 정비하고, 스포츠 산업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