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손시헌에게 적시타를 맞고 아쉬워하는 삼성 윤성환. (자료사진=삼성 라이온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린다. '데이터 야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록에 따라 선수를 기용하고, 또 벤치에 앉히기도 한다. 물론 선수의 컨디션이 우선이지만 기록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스포츠다.
하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기록을 살짝 간과했다.
1차전 선발로 나선 윤성환은 올 시즌 13승8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20으로 4위였다. 하지만 두산전 상대 전적이 4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5.91로 나빴다.
류중일 감독은 "작년에도 윤성환이 2승을 거두며 1선발로서의 책임을 다해줬고,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다. 가장 안정적으로 던져줄 수 있기에 택했다"고 말했다. 물론 류중일 감독의 말대로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거둔 경험이 있는 윤성환이지만 올 시즌 유독 약했던 팀을 상대로, 그것도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윤성환은 4⅓이닝 10피안타 6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투구 패턴이 읽혔다윤성환의 강점은 역시 제구력이다. 공을 빠르지 않지만 날카로운 커브, 슬라이더와 함께 과감한 몸쪽 승부로 타자를 제압한다. 득점권 피안타율 1할9푼5리로 위기에 강한 면모도 보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 윤성환은 제구가 흔들렸다.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가 모두 안타로 연결됐다. 두산에게 투구 패턴을 잃혔기 때문이다. 또 5회 김현수에게 홈런을 맞은 공은 낮은 커브였고, 이어 최준석에게 안타를 맞은 공 역시 완전히 땅으로 떨어지는 공이었다. 그만큼 윤성환의 공에 힘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윤성환의 경우에는 1차전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이 볼배합을 어떻게 할까였다"면서 "워낙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 타격 코치와 얘기했다. 크게 어려운 것보다 예상했던 패턴이었다"고 말했다.
▲써보지도 못한 '1+1 선발'삼성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차우찬이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질 경우 차우찬을 투입하는 '1+1 선발'은 앞선 한국시리즈에서도 재미를 톡톡히 봤다. 류중일 감독도 "2번째 투수는 차우찬이다. 가장 컨디션이 좋다. 얼마나 잘 던지느냐에 따라 한국시리즈가 빨리 끝나고, 늦게 끝날지 결정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체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1+1 선발'은 써보지도 못했다. 윤성환은 2회 3점을 내주면서 1-3 역전을 허용했다. 3~4회는 잘 막았지만 5회 또 김현수에게 홈런을 맞았다. 이미 공에는 힘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삼성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윤성환이 연속 3안타로 2점을 더 주고나서야 투수가 조현근으로 바뀌었다. 3점차와 5점차는 추격하는 입장에서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류중일 감독도 "1회는 괜찮았다. 2회 하위 타선 못 막은 것이 조금 그랬다. 3점 준 것도 괜찮았다"면서 "커브 잘 떨어진 거 같은데 김현수가 잘 쳤다. 김현수한테 홈런 1방 맞고 이원석한테 2타점 맞은 것에서 흐름이 넘어갔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