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1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마치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싸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국정목표 이행을 위해서는 야당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불거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그리고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적 댓글 작성 등으로 이전 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김한길 대표는 지난 2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비롯한 기존 4대 요구사항에 '윤석열 수사팀장을 특임검사로 한 특별수사팀 수사권 보장'이라는 요구사항을 추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묵묵무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열린 여야 대표와의 3자회동에서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도움받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공개석상에서 이와 관련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달여 만에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관련 발언을 일절 하지 않았고, "여야가 합의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관련 규제와 법규들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오히려 우회적으로 야당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취하며 침묵을 지키는 것은 현재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정쟁'에 불과하며 자신은 국정운영의 책임자로 '민생'에 주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현 시점에서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발언을 이어갈 경우 관련 정치적 논란에 휩쓸릴 뿐만 아니라 임기내내 이를 앞세운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인식 역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이미 수차례 입장을 밝히지 않았냐"고 반문한 뒤 "아직 법원 판결은 물론 수사도 진행중인 상황에서 대통령한테 어떤 입장을 밝히라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이 끝난지 벌써 10개월이 다되가는데도 여전히 정국이 대선 당시 발생한 사건으로 혼란스럽고, 이것이 국정운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런 논란으로 인해 국민들이 '나라가 왜 이렇게 혼란스럽지?'하는 생각이 들게 해서는 안된다"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적절할 대응을 주문했다. {RELNEWS:right}
이에따라 박 대통령이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유럽 3개국 순방 전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주 열리는 회의에서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대통령이 관련 발언을 하더라도 야당이 요구하는 '사과'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 최근 윤석열 팀장 배제 등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는 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