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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B급에도 알맹이와 수준이 있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지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 중 가수 싸이의 '오빤 강남스타일' 열풍이 있었다. 그리고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있었다. 무한도전, 무릎팍 도사… 등등 뭐라 부르기 어려운 이런 종류의 것들을 총칭해 우리 사회는 B급 문화의 돌풍이라고 불렀다. 품위와 격식에서 벗어나 본능에 좀 더 충실한 의도된 싼티, 날티를 그리 부른 것이다.

    ◈ B는 A 다음이 아닌 A와 달라서 B

    B급이라는 표현은 미국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1920년대 미국 영화관에서 관객들을 끌어오느라 영화 한 편에 영화 한 편을 얹어 보여주며 마케팅을 벌였다. (요즘 말로 1+1이고 우리 사회에서는 '2편 동시상영'이라고 불렀다.)

    이때 본 상영작을 A무비, 끼어 넣은 걸 B무비라고 불렀다. 이름 없는 무명배우, 뻔한 스토리, 거친 제작기법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훗날 돌이켜 보니 이런 영화들에도 뭔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시대를 비웃는 풍자와 해학, 음울함이 촌스럽지만 쿨하게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주류 문화의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을 코웃음치며 비꼬는 반항의 정신이기도 했다. 이것은 수준이 낮아서 B가 아닌 A와 달라서 B라고 부를 차별화였고, B급 문화가 갖는 시대정신이기도 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영상. (자료사진)

     

    우리 사회에서 B급 문화도 비슷한 성질을 띠고 있는 듯하다. 강남스타일이나 젠틀맨 등을 접하며 느끼는 묘한 쾌감이 아마 그것일 것이다.

    사회는 진보·보수로 나뉘어 다투긴 하는데 너무 어렵고 복잡하고 엄숙하다. 보통 사람이 나섰다간 선명치 못하다, 배경지식도 없이 끼어든다고 질책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면서 다른 방식의 소통이 생겨났는데 좀 더 편하고 자유롭고 사람 냄새 나는 B급 소통의 장과 B급 미디어가 시작된 것이다.

    (자료사진)

     

    딴지일보…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일간베스트저장소… 나꼼수… 망치 부인… 나는 꼽사리다 등등 B급 미디어는 15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어.

    B급 문화는 A급 미디어인 지상파 방송에도 스며든다. 무한도전, 무릎팍도사 등이 그런 류가 아닐까 싶다. 세련되지 못하고 오히려 보통보다 못해 보일 때도 있지만 사회를 향해 날리는 메시지가 분명히 담겨 있는 B급의 지상파 프로그램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돌풍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런가하면 B급이 아닌 척 하나 B급인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도 생겨난다. 그것은 바로 케이블 TV 종합편성 채널의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이다.

    지난 11월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주최로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진단과 평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조선·중앙·동아·매경이라는 거대한 4개의 신문사에 주어진 케이블 방송의 종합편성 채널마다 시사평론가와 기자, 아나운서, 연예인 등이 어우러지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가득 편성돼 있는데 과연 바람직 한가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 사람 냄새 나는 B를 기대한다

    토론회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종편채널의 시사보도 비율은 60~70%에 이르고 있다. 지상파는 25~30% 정도.

    현재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모두 14개다. 본방을 기준으로 채널A가 1주일에 1,500분으로 가장 많고, TV조선 1,475분, JTBC 880분, MBN 750분이다. 그리고 종편 4곳이 방송심의 규정과 선거방송심의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건수는 모두 37건이었다. 이는 방송 전체 제재 현황의 67.6%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들 프로그램에 적용된 조항은 방송심의규정 제27조(품위유지) 위반이 44.1%로 가장 많았고, 명예훼손(11.9%), 객관성(10.2%) 조항 위반 등이다.

    참석자들은 "민망한 수준의 시사토크도 많다, 저널리즘의 품격을 최소한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만약에 지상파가 저런 식으로 보도했다면 보수신문이 그냥 있었겠는가, 보수신문이 막상 방송에 뛰어들고 보니 경쟁에서 살아 남는게 만만치 않자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더 흥분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강한 정파성을 띄다 보니 보수성이 오히려 희화화 되고 가볍게 취급된다, 엠바고도 없고 프라이버시도 없다, 개인의 삶의 공간에서 정치를 바라본다는 느낌이 강하다, 자기들끼리 재미있지 별 재미 없을 때가 많다" 등등을 지적했다.

    왜 텔레비전 방송에서 시사토크를 많이 내보내는가는 예나 지금이나 이유가 같다. 제작 단가가 싸다. 몇 명 앉혀 놓고 작가가 대략적인 원고를 써주면 진행이 되니까. 또 시사보도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학력이 높고 학력이 높으니 소득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그들의 구매력 때문에 기업 광고 유치가 쉽다. 그런데 여기서 수준을 살짝 낮춰 B급으로 가면 오락성까지 더해져 수익과 재미를 챙기기 유리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종 정파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수익과 재미 2마리 토끼 외에 '권력에 줄대기'라는 세 번째 토끼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사람 냄새 아닌 퀴퀴한 하이에나의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은 편견일까?

    종편 채널의 시사토크는 과연 A급일까, B급일까? 묻는다면 A급이라고 자신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B급인가? B급이라면 B급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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