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계속 투수를 했다면 어땠을까. (자료사진)
1억3,000만달러(약 1,370억원)의 초대형 계약과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 외야수로 우뚝 선 추신수(31, 텍사스 레인저스)는 원래 투수로 미국에 진출했다.
추신수는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앞세워 MVP와 최우수 투수를 휩쓸었다. 18이닝 동안 32개의 삼진을 잡아낸 좌완 강속구 투수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마음을 흔들었고, 2001년 부산고 졸업 후 시애틀은 계약금 137만달러에 투수 추신수를 영입했다.
정작 시애틀은 추신수를 데려온 뒤 타자 전향을 권유했다. 투수로서의 능력도 주목했지만 '5툴 플레이어'의 능력을 봤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운동은 조금 타고난 것 같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빨리 배운다"는 추신수의 말대로 타자로 전향한 뒤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마이너리그 무대에서는 추신수가 최고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정상에 서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의 존재, 팔꿈치 수술과 엄지손가락 부상 등의 이유로 메이저리그 최고 자리에 오르기까지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렇다면 추신수가 투수를 계속했으면 어땠을까.
추신수는 "사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봤다"고 활짝 웃은 뒤 "투수를 계속했으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팔꿈치 수술은 했을 것이다. 대신 메이저리그에는 3년 만에 올라갔을 것 같다. 왼손 투수라는 혜택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신수도 성공 여부는 장담하지 못했다. 투수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평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추신수는 "지금 레벨의 선수는 못 됐을 것 같다. 선수 생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 한다. 나 같은 투수는 메이저리그에 워낙 많다"면서 "메이저리그에 빨리 올라가는 것을 제외하면 지금보다 나을 것이 없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01년의 마운드에서 내려와 방망이를 집어든 추신수의 선택이 메이저리그 최고 외야수를 탄생시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