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어디가서 주인이 외국인처럼 생겼다며 아들에게 밥 안줄까 걱정
- 한국인 됐는데 앞으로 겪어야 될 일 생각하니…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월 16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구수진 (우즈벡 출신 이주민)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정관용> 우리나라 수준이 아직 이 정도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보도 하나가 지금 화제입니다. 서울의 한 찜질방에 외국인 전용 목욕공간이 마련됐다는데. 외국인과 같은 목욕탕을 쓰는 것을 싫어하는 손님들 때문에 외진 곳에 샤워기 몇 개만 달려 있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아 썰렁한 그런 공간을 만들었다네요. 참, 지난 2011년에 부산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와서 귀화한 우리 한국분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목욕탕 출입을 거부해서 인권위에까지 사건이 넘어갔던 일이 있었죠? 그 당사자 구수진 씨를 전화로 잠깐 만납니다. 안녕하세요.
◆ 구수진>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우즈베키스탄에서 처음 오신 건 언제였죠?
◆ 구수진> 2002년도였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한국인으로 귀화하신 거는?
◆ 구수진> 2009년도부터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미 한국인 신분이 됐는데 2011년에 목욕탕 들어가려고 하는데 못 들어가게 했었죠?
◆ 구수진> 네, 맞습니다.
◇ 정관용> 뭐라 그러면서 못 들어가게 했어요?
◆ 구수진> 말 그대로 생긴 것 한국사람 같이 안 생겼으니까 들어가면 안 된다고 그랬어요.
◇ 정관용> 그래서 나 한국사람이다, 귀화했다. 이런 얘기도 하셨어요?
◆ 구수진> 네. 그런 얘기까지도 하고요. 신분증도 보여주면서 얘기를 하니까 자기네들이 얼굴색이, 얼굴이 다르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금지 당했어요.
◇ 정관용> 그래서 경찰도 부르셨죠? 그때?
◆ 구수진> 네, 너무 억울해 가지고요. 제가 경찰까지 부르니까 그런데 경찰관들이 사장님을 불러서 사장님이 나와서 자기가 외국 사람들을 못 받아주겠다고 하니까 경찰관들이 저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그래서 제가 그냥 돌아가게 됐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건 주인 마음이다. 그 얘기예요?
◆ 구수진> 네, 주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주인이 안 받아준다고 하면 자기네들은 뭐 해 줄 수 없다고.
◇ 정관용> 그때 유독 그 목욕탕, 그 찜질방만 그랬습니까? 다른 데들도 그런 경험을 받으신 적이 또 있었어요?
◆ 구수진> 아니요. 저는 다른 목욕탕에서 그런 경험을 겪은 적 없습니다.
◇ 정관용> 그 목욕탕이 그랬었죠?
◆ 구수진> 네.
◇ 정관용> 그래서 경찰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구수진> 너무 억울했죠. 제가 이제 내 국적도 다 포기 해가지고 한국인으로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런데 저는 자연스럽게 한국인과 같이 살 수 없다는 게 너무 마음도 아프고 또 생긴 것 때문에 앞으로도 겪어야 될 일 생각하니까 너무 억울합니다.
◇ 정관용> 그래서 그때 시민단체들하고 함께 인권위원회에 진정도 하셨었는데 그때 그 인권위원회 결과가 어떻게 나왔죠?
◆ 구수진> 결과가 아직까지도 인종차별금지법이 안 났습니다. 그 뒤로 지금...
◇ 정관용> 그러니까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달라, 이렇게 요구하는데 그것도 아직 개정이 안 되고 있다?
◆ 구수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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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그 사건 있은 지 벌써 3년인데. 그런데요, 서울의 한 찜질방에 외국인 전용 목욕공간, 세신공간 이런 걸 만들었답니다. 이 뉴스 보시고 느낀 것 어떠세요.
◆ 구수진> 어! 어떻게 해요? 외국인들을 위한...
◇ 정관용> 네.
◆ 구수진> 네, 여보세요?
◇ 정관용> 말씀하세요. 구수진 씨.
◆ 구수진> 외국인들을 위한 따로 찜질방을 만들었단 말씀입니까?
◇ 정관용> 외국인만을 위해서 더 좋게 만든 게 아니고. 외국인들하고 같이 목욕하는 걸 한국 사람들은 싫어하니까 아주 구석진 데에 샤워기 몇 개만 놓고, 난방도 잘 안 되는 그런 공간을 외국인 전용 세신 공간, 이렇게 만들었다는, 그런 찜질방이 있답니다.
◆ 구수진> 어떡해요. 너무 놀라운 일입니다.
◇ 정관용> 이해가 되세요?
◆ 구수진> 네, 이해가 돼요.
◇ 정관용> 아니, 그런 걸...
◆ 구수진> 기분 나빠요.
◇ 정관용> 기분 나쁘시죠?
◆ 구수진> 기분이 너무 나쁩니다.
◇ 정관용> 네. 참... 목욕탕 말고도 혹시 우리 구수진 씨나 구수진 씨 주변 친구들, 또 다른 차별 같은 거 여전히 느끼고 계신 게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 구수진> 뭐 크게 그렇게 차별 당한 적 없고요. 앞으로를 위해서 생각을 해 보니까 우리 아이들이 커가면서 혹시 그런 일들을 겪을까봐, 빨리 그런 법이 좀 생겼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지금 자녀들은 몇 살이에요?
◆ 구수진> 2학년, 초등학생 2학년생입니다.
◇ 정관용> 2학년. 그 아이는 친구들하고 잘 어울립니까, 어떻습니까?
◆ 구수진> 아직까지는 어리다 보니까, 잘 어울리고 다닙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 아이가 커서 혹시 무슨 차별을 당할까, 이런 걸 걱정하세요?
◆ 구수진> 네, 너무 걱정돼요.
◇ 정관용> 어떤 점이 제일 걱정되세요?
◆ 구수진> 이제 인종차별 같은 거 겪을까봐 아무래도 생긴 거 외국 사람같이 생겼으니까 혹시나 친구들이랑 같이 밥 먹으러 가거나 어디 가면 그쪽 주인이 이제 너 외국 사람처럼 생겼다, 너한테 밥 안 준다. 그런 거라도 생길까봐 너무 걱정돼요.
◇ 정관용> 그런 일이 있을까봐?
◆ 구수진> 네.
◇ 정관용> 참 또 이런 외국인이라고 해서, 다 모든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피부색에 따라서 또 구분하지 않습니까? 그런 거 정말 기분 나쁘시죠?
◆ 구수진> 네, 기분이 너무 나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인종차별금지법, 그 통과를 위해서 지금 시민단체들하고 함께 활동도 하시죠?
◆ 구수진> 네.
◇ 정관용> 하루빨리 이 법이 제정되기를 바란다, 이 말씀.
◆ 구수진> 네, 하루빨리 그런 법이 좀 생겼으면 우리도 안전하게 아이들도 키워가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구수진>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귀화인 구수진 씨의 말씀 들었습니다. ‘서울에 그런 찜질방이 있답니다’라는 질문에 말을 못하시네요. 말을 안 하시는 건지 너무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러시는지. 보도가 난 찜질방인지 목욕탕인지 빨리 바꾸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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