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진은 또 다시 나올 수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 친콴타 회장이 최근 연맹 고위 임원들에게 보낸 개혁안은 피겨 심판진과 채점 방식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사진은 판정 논란이 불거졌던 소치올림픽 여자 싱글 수상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연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카롤리나 코스트너.(자료사진=대한체육회)
소치올림픽을 마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수장 오타비오 친콴타 회장이 각 종목에 대한 개혁을 시사했다. 그러나 판정 논란으로 관심을 모았던 피겨 채점 방식에 대해서는 큰 틀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미국 유력지 '시카고 트리뷴'은 26일(현지 시각) 친콴타 회장이 각 종목 개혁과 관련해 ISU 고위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일단 편지에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먼저 피겨는 쇼트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행 과제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겹치는 만큼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니어와 시니어 대회도 함께 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치올림픽에서 논란이 됐던 심판진에 대해서는 현행 대로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누구도 어떤 심판이 어떻게 점수를 줬는지 조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판정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밴쿠버 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연아(24)가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쳤음에도 점프에서 한 차례 실수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에 밀린 데 대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
특히 개최국 러시아 소트니코바가 홈 이점을 업었다는 주장이었다. 문제의 심판들이 포함되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판정을 조작하려다 1년 자격 정지를 받은 유리 발코프(우크라이나)와 전 러시아 피겨연맹 회장 부인인 알라 셰코프세바(러시아)가 포함됐고, 또 기술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 조정관도 알렉산더 라케르니크 전 러시아 피겨협회 부회장이었다.
그럼에도 친콴타 회장은 피겨 심판진과 판정 개혁에는 소극적인 안을 내놓은 것이다. 심판들의 익명성이 보장된다면 피겨 판정과 관련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친콴타 회장은 채점 방식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할 뜻을 밝혔다. 그나마 판정 논란과 관련해 개혁을 취하겠다는 제스처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핵심은 비껴간 모양새다. 여전히 판정 논란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당시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채점 방식 자체가 아니라 편파성이 짙었던 심판들이었던 까닭이다.
친콴타 회장이 피겨 심판진과 판정 방식을 쉽게 손대지 못하는 고충도 있다. 피겨 인기가 절대적인 일본 기업들이 ISU 공식 스폰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ISU 주관 대회에서 아사다 마오 등 일본 선수들의 점수가 후했다는 의견이 적잖았던 점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친콴타 회장은 이와 함께 네덜란드가 독식한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이번 개혁안이 ISU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임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