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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특전사를 ''파업대비용'' 기관사로 양성

    • 2004-08-30 06:43

    철도청 등 관련기관 난색에도 정부 밀어부쳐, 노조 "부실교육 사고 가능성"

     


    정부가 철도노조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특전사 등 군 요원들을 기관사로 양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CBS취재 결과 확인됐다.

    군인들은 특히 30일부터 직접 도심 전동차를 운행하는 실무교육까지 받게 되는데 교육기간이 짧아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철도나 지하철이 파업을 하면 의례 특전사 요원 등 현역 군인들이 비상운행을 지원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때 군인들은 열차를 직접 운전하는 게 아니라 대체복무 중인 기관사 옆에서 출입문 개폐 등을 확인하는 보조적인 역할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현역 군인들을 차출해 오로지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정식 기관사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역 군인들이 파업대비 명목으로 정식 기관사 교육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파업대비 명목 정식 기관사 교육은 이번이 처음

    철도청은 지난 23일 철도노조에 보낸 공문을 통해 30일부터 특전사와 부사관 등 65명의 군인들이 운행실무 교육에 들어간다면서 협조를 요청했다.

    군 요원들은 이미 지난 5월 31일부터 15주에 걸쳐 철도청 인력개발원에서 이론과 시뮬레이션 교육을 마치고 지난 한 주 운행실습을 위한 안전교육을 받았다.

    CBS가 단독입수한 ''군 기관사 양성교육 관련 알림''(사진=CBS 정태영기자)


    30일부터는 임시열차를 이용한 실습 2주 이어 정기열차를 이용한 실습 5주 과정이 시작된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현역 군인들을 동원하려는 계획은 정부차원에서 추진돼왔다.

    이같은 계획은 올초 국무조정실과 국방부, 건교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고 철도청이 기관사 교육 실무를 진행중인 것이다.

    철도청은 당초 이번 교육이 특전사 요원들의 기본적인 교육과정에 불과하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철도청이 말하는 특전사 요원들의 연례교육은 불과 4개월 과정으로 기본적인 운행요령을 습득하는 수준.

    또 일반열차나 화물열차로 교육을 받았을 뿐 지하철 1호선과 국철, 도시철도 등의 전동차 운행을 교육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교육은 특전사 연례 위탁교육이 아니라 파업에 대비한 정식 기관사 양성임이 분명하며 철도청은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철도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국가 비상시에 대비한 교육이지만 노조에서 생각하는 파업대비용으로도 이중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 다"고 밝혔다.

    관계부처간 의견조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교통부측도 "철도노조의 파업이 막대한 국민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현역 군인들을 기관사로 양성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국가 비상시 대비 교육이지만 파업대비용으로 활용할 수도"

    철도청은 그러나 당초 파업시 기관사 대체인력으로 군인을 활용하는 방안이 비현실적이라면서 반대했다.

    철도청은 "한마디로 위에서 시키니까 군인들에게 기관사 교육을 시키고는 있지만 내키지는 않는다"는 표정이다.

    실제로 철도청은 지난해 6.28 철도노조 파업 이후 범정부차원에서 진행된 대책마련 과정에서 <(파업시) 기관사 자원 확보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CBS가 입수한 이 문건에서 철도청은 ''군인력 활용''과 ''기관사 면허제도'', ''청내 인력 활용''의 세 가지 방안을 상정하고 조사작업을 진행했다.

    CBS가 단독입수한 ''(파업시) 기관사 자원 확보방안'' (사진=CBS 정태영기자)


    그 결과 ''군인활용방안''에 대해 최소한 1년 이상의 장기교육이 필요한 점, 막대한 예산과 교육시설 부족 등을 들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장간부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파업 때 군 지원인력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국방부 역시 군 고유임무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장시간이 소요되는 기관사 교육에 난색을 표했다는 설명도 눈에 띈다.

    ''기관사면허제도'' 역시 ''장롱면허''가 될 가능성이 높아 비상시 활용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됐고 따라서 ''철도청 간부나 타 직종의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정부가 주무부서인 철도청과 국방부의 의견을 묵살하고 현역군인을 아예 기관사로 양성하자고 밀어붙인 것이나 다름없어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CBS가 단독입수한 ''(파업시) 기관사 자원 확보방안'' (사진=CBS 정태영기자


    정부, 철도청과 국방부 의견 묵살하고 밀어부쳐

    군인들을 내정에 동원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여론과 함께 군인 기관사 후보생들이 운행실습에 들어갈 경우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명백한 부실 교육이며 이대로 현업에 투입하면 틀림없이 사고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시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며 일부 격앙된 노조간부는 ''생체실습이나 다름없다''고 몰상식한 군 기관사 양성계획의 철회를 촉구했다.

    사실 특전사 요원들은 그 교육과정에 열차운행이 포함돼 있고 그동안 4주 교육에 매년 1주씩 보수교육을 받아왔다.

    이번에 받고 있는 교육은 이론 15주, 실무 9주로 모두 24주 과정으로 특전사 연례 위탁교육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본격적인 기관사 교육이지만 턱없이 짧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

    철도청은 부기관사 경력이 2년이 넘어야 기관사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 평균 5년 정도 경력자들이 기관사로 등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역 기관사들은 ''군 기관사 양성 24주 과정''에 대해 노선의 특성을 파악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기관사는 "시속 80킬로에서 정지거리가 300m가 넘고, 아찔한 순간이 많기 때문에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기관사 업무는 긴장의 연속"이라면서 "대구지하철도 순간의 실수가 재난으로 이어진 것인 만큼 기관사로서 양심상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평균 5년 경력자들이 기관사 등용, ''생체실습이'' 비난

    철도청과 건교부는 지도교관이 옆에서 감독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불필요한 교육을 제외한 것일 뿐 정식 기관사 교육과 다름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육군에서도 정예요원들을 차출했기 때문에 짧은 교육기간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특전사처럼 육체적 정신적으로 양질의 집단이 어디 있냐"면서 "정신교육 같은 것 안 시켜도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교육기간이 짧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이에 대해 "정부가 내년도 공사화를 앞두고 특별단체교섭을 약속해놓고도 군인까지 동원해 파업에 대비하는 것은 대화 의지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비판한다.

    철도노조 전상용 교선실장은 "정부가 교섭도 하기 전에 파업을 기정사실화하고 대체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노조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군인들에게 운전실을 내주지 않는 등 실습 운행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철도 현장 곳곳에서 자칫 격렬한 마찰이 예상된다.

    CBS사회부 정태영기자 god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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