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로 변신해 짧은 기간 막대한 부를 쌓은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대법관 출신의 전관예우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에서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 중인 전직 대법관은 총 37명에 달한다. 웬만한 대형 로펌은 전직 대법관을 1∼2명씩 영입해 사건을 맡기고 있다.
이 중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바른 등의 로펌이 전직 대법관 2명 이상을 영입했다. 법무법인 광장, 지평, 로고스 등도 각 1명을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직 대법관 7명은 중소형 로펌에서 대표 변호사 또는 고문을 맡았고, 나머지 14명은 자신 이름을 건 사무소를 차렸다. 안대희 후보자도 '안대희 법률사무소'를 운영한 경우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퇴직 후 3년 동안 수임료로 약 100억원을 거둔다는 게 법조계 소문이었다. 안 후보자가 5개월 만에 16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미뤄 전혀 거짓은 아닌 셈이다.
다만, 전직 대법관이라도 개업 연차별, 로펌별 소득은 천차만별이다. 영업 능력이 뛰어나다면 로펌에 소속되기보다 개인 사무실을 차리는 편이 더 수입이 나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법관 몸값이 매우 비싼 것은 이른바 '전관예우' 때문이다. 선임계를 내고 각종 서면에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업계에선 '도장값'이라고 부른다.
부정적 인식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인정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작년 5월 실시한 회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761명 중 90.7%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62.5%는 `전관예우 금지법' 효과가 없다고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직 대법관 중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경우는 보기 드물고, 간혹 개업을 하지 않으면 미담으로 회자된다.{RELNEWS:right}
전수안·김영란 전 대법관은 개업 포기를 선언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김능환 전 대법관은 대형 로펌에서 송무를 맡기 전까지 부인과 편의점에서 일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서울변회는 이날 논평에서 "법조계 최고위직까지 오른 분이 자신의 경력을 사익을 추구하는 데 이용하는 것은 사법 질서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변회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더라도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받는 고액의 수임료는 여전히 문제"라며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 논란을 명쾌히 해명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