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2014년 6월이 걱정된다 (사진/노컷뉴스)
모의고사를 잘 봐야 시험도 잘 보는 법이다. 모의고사를 망치기만 하던 학생이 본 시험에서 반전을 일으키며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모의고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라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홍명보호에게는 그런 신호가 없다.
최근 월드컵 대표팀의 전례를 살펴보자.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별명은 '오대영(5대0 패배를 뜻함)'이었다. 대표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게 질 때가 많았다.
그러나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는 달라졌다. 히딩크호는 월드컵 개막을 한달 남기고 치른 세 차례 평가전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경기 내용이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스코틀랜드를 4-1로 완파했고 이어 벌어진 유럽 강팀들과의 연전에서 놀라운 선전을 펼쳤다. 잉글랜드와 1-1로 비겼고 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상대로 접전 끝에 2-3으로 분패했다. 2경기 연속 골을 넣은 선수가 있었다. 한일월드컵이 배출한 스타 박지성이었다.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상대로 보여준 강한 압박과 끊임없이 그라운드를 커버하는 선수들의 투지는 '오대영'을 잊고 희망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됐다. 기대는 현실이 됐다. 한국은 4강 신화를 썼다.
사상 첫 원정 16강의 업적을 달성했던 2010년 남아공 대회를 앞두고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개막 한달 전 안방에서 에콰도르를 2-0으로 제압한 허정무호는 일본 원정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 때도 중심에는 박지성이 있었다. 일본 원정은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로 잘 알려진 경기다.
허정무호는 최종 전지훈련 장소인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벨라루스에게 0-1로 패했다. 이후 벌어진 스페인과의 최종 평가전에서도 0-1로 졌지만 벨라루스전의 부진을 만회하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과시하며 희망을 보여줬다.
박지성은 스페인과의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부상 악화를 막기 위한 배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조직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스페인에 당당하게 맞섰다. 후반 40분 헤수스 나바로에게 중거리슛을 얻어맞고 패하긴 했지만 오히려 박수를 받았다.
당시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한국의 조직력을 높게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허정무 감독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의 성과가 굉장히 좋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은 뒤 기분좋게 남아공에 입성했다.
그리고 2014년.
홍명보호는 튀니지를 상대한 월드컵 출정식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했다.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는 0-4로 크게 졌다.
가나가 튀니지보다 더 강한 상대인 것은 맞다. 그러나 튀니지전에서 드러난 문제점, 역습 대비를 비롯해 홍명보 감독이 반드시 보완하겠다고 다짐한 부분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걱정과 우려만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자신감까지 잃을 위기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겨도 얻을 것이 있고 져도 얻을 것이 있다. 0-4로 패했는데 앞으로 이 결과가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월드컵 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던 2002년 그리고 사상 두 번째로 16강 무대를 밟았던 2010년과 비교해 이번 대표팀의 월드컵 전 행보는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