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31일 제1야당의 '임시'사령탑이 됐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가 된 지 두 달 만에 '세월호 정국'에서의 원내 지휘라는 기존의 역할에 더해 선거 패배에 따른 후유증을 수습하고 활로를 찾아야 하는 더 큰 짐을 떠안게 된 것이다.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기존 지도부는 3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총사퇴를 결의했다. 최고위는 대표 직무대행 등에 관한 규정을 담은 당헌 부칙 제6호를 마지막 안건으로 의결하고 당헌에 따라 박영선 원내대표를 대표 직무대행으로 결정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김, 안 공동대표가 사의를 표했고 이에 따라 최고위원들도 모두 같이 사퇴하게 됐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향후 당을 이끌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된 직후 원내대표단을 비롯해 정책위의장, 전략기획본부장 등과 긴급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 구성 등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권한 대행을 맡은 박 원내대표는 내일과 모레, 오는 일요일까지 단위별로 비상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우선 상임고문단과 비상회의를 열어 논의를 한 뒤 소속 국회의원들을 선수별로 분류해 각각 회의를 하고 또 전국의 시도당위원장들과도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박 원내대표는 다음 달 4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최종 토론을 통해 비대위 구성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새정치연합 당헌은 '당 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2개월 이내에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해 당대표 등을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다. 바꿔 말하면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을 꾸려나갈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이 박 원내대표에게 주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박 원내대표가 직접 비대위원장을 맡아 전권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 다만 혁신에 대한 당 안팎의 요구가 거셀 경우 외부의 명망가를 영입해 당 개혁 작업을 맡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우원식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 대표들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어떤 방향으로 혁신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아가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거세지고 당권을 차지하려는 계파 경쟁에 일찌감치 불이 붙을 경우 자칫 소모전으로 흐르지 않도록 당내 갈등을 추스르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재보선에서 패배한 손학규 상임고문이 이날 전격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새정치연합의 계파 지형도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친노계 후보들도 재보선에서 줄줄이 패배한 데다 486 등 다른 계파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가 기존에 안고 있던 짐도 만만치는 않다.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직전까지 이어진 '세월호 정국'에서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세월호특별법 입법과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채택을 밀어붙여 왔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되려 야당이 심판을 당하면서 정국을 주도하기보다는 여당에 끌려갈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