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완전 범죄로 끝날 뻔했던 살인 사건이 술자리 실언으로 7년만에 세상에 드러나 범인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7년 전 불법 대출 영업 공범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박모(43) 씨와 임모(40.여. 별건 구속)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한모(36) 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당시 속칭 '바지 명의자'를 모집해 오는 역할을 맡았던 숨진 공범 박모(22) 씨는 구속된 박 씨 등으로부터 수수료 1,000만원을 받지 못하자 이들의 사무실을 찾아 협박하다 살해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밝힌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지난 2004년 5월 3일 오후 5시쯤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 "돈을 내놓으라"며 찾아온 박 씨에게 구속된 박 씨 등은 몰래 수면제를 탄 커피를 마시게 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박 씨의 목을 한 씨가 조르고 구속된 박 씨가 다리를 잡아 살해한 뒤, 이들은 시신을 이삿짐용 박스에 담아 이동했다.
피의자 박 씨의 고향인 전남의 한 야산으로 간 이들은 시신의 손가락을 모두 절단하고 염산을 뿌리는 등 잔혹한 수법으로 시신을 훼손한 다음 암매장했다.
게다가 숨진 박 씨는 고아에, 양부모 역시 박 씨가 입영 통지서를 받고 군대에 가기 싫어해 단순 가출한 것으로 생각하고 실종 신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시, 경찰 수사는 일체 진행되지 않았다.
경찰이든, 주변이든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채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난 1월. 박 씨가 술자리에서 친한 친구에게 우연히 흘린 "여자를 위해 사람까지 죽였다"는 말 한마디가 사건을 세상에 드러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임 씨와 박 씨가 내연 관계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박 씨는 또 '헤어지자'는 임 씨의 말에 격분해 임 씨를 협박해 온 것으로도 전해졌다.
[BestNocut_R]경찰은 첩보 입수 후 임 씨 주변 인물을 수사하고, 한 씨와 박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2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04년 5월 이후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등의 사용 기록이 일체 없는 점, 박 씨의 범죄심리분석결과 등을 토대로 경찰은 이들의 살해 혐의를 특정하고 박 씨 등을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