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고위공무원의 친인척인 기능직 9급 A씨. 오는 7월 있는 일반직 전직 시험을 앞두고 독서실에 가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 공무원이 공부를 하는 시간이 업무시간 중이라는 점. 팀장은 알아서 눈치를 보고 A씨의 '학구열'을 묵인해줄 수밖에 없다. 업무 공백은 그대로 동료 공무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 2.
인사권을 가진 공무원의 친인척인 기능직 B씨. 같이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B씨는 '상전'이다. 감히 일을 지시할 수도 없다. 오히려 업무능력이 없는 B씨가 사고를 치면 그 뒷수습을 하는데 바쁘기에 차라리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간부들은 부하인 B씨에게 인사청탁을 할 정도로 위세가 하늘을 찌른다.
# 3. 전 시의원의 조카인 기능 8급 C씨. 구청에서 C씨는 사고뭉치로 통한다. 야간근무 중에 성매매 업소에 간 뒤 빚을 져 빚쟁이들이 청사에 들어와 드잡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근무지 이탈은 기본에 상습적인 지각, 심지어는 동료를 폭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감사실은 C씨에게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린 적이 없다.
위의 사례는 CBS노컷뉴스가 연속 보도하고 있는 구청 기능직 인사비리 의혹 대상자들의 천태만상이다.
구청 고위관계자의 후광으로 공무원에 입직한 이들은 이후에도 골칫덩이라는 게 대다수 동료 공무원들의 증언이다.
문제는 이렇게 특혜 채용된 기능직 공무원의 전횡이 만만치 않은데도 임용된 뒤 2년만 지나면 이들을 딱히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법 아래에선 공무원 징계시효가 2년이기 때문에 특혜로 들어온 공무원들이 어떻게든 2년을 버텨내면 그 이후로는 징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ㅇ
서울 금천구청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천구청은 지난 2010년 한인수 전 구청장(당시 한나라당 소속) 시절 채용된 기능직 공무원 8명이 한 구청장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구청이 발칵 뒤집어졌었다.
금천구청은 이들 8명에 대하여 직위해제처분 및 현장근무명령 등 인사조치를 단행하고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두 차례 조사 끝에 기능직공무원 12명을 특별채용하면서 경쟁률 1:1을 만들어 부당하게 채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구청 게시판에만 형식적인 채용 공고를 내 여러 사람이 알 수 없게 하고 친인척에게만 응시하는 수법으로 특혜 채용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리가 밝혀졌는데도 감사원이 내린 처분은 경미한 '주의 요구'였다.[BestNocut_R]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금천구청에게 "채용대상자를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인 공고절차를 거쳐 기능직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하기 바람"이라고 요구했을 뿐이었다. 사실상의 '면죄부'를 준 셈이다.
결국 금천구청은 공무원징계시효 2년이 경과해 특혜대상자에게 직권면직 등 신분상 제재처분을 내릴 수 없었고 이들 특혜 대상자 8명은 자진사직을 거부했다.
이들 8명은 현재 금천구청의 동사무소에서 여전히 공무원직을 유지하며 근무하고 있다.
차성수 현 금천구청장은 "비리가 밝혀진 만큼 특혜 공무원들을 청산하려고 했지만 법적인 맹점이 있어 불가능했다"며 "다만 추가 비리를 막기 위해 금천구청은 기능직 채용을 아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ㅌ
이에 따라 서울 중랑구청(CBS노컷뉴스 5월 17일자 '빽없으면 꿈 꾸지마'…중랑구청도 '친인척 채용' 제하 단독보도)에서 특혜 채용 의혹을 사고 있는 29명 가운데 27명은 임용된 지 2년이 넘어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도 공무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다만 도봉구청(CBS노컷뉴스 5월 11일자 '도봉구청 10급 공무원 채용 구린내...75%가 간부 친인척' 제하 단독보도)은 의혹이 제기된 3명이 임용된 지 2년이 지나지 않아 임용취소로 가닥을 잡았다.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친인척 채용비리 속에서도 이들을 제제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공무원법을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