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노컷뉴스)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으나 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주요 연구기관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에 오른 지난 7월 이후 정부는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를 비롯해 41조원이 넘는 기금과 공공자금을 시중에 풀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도 모자라 4분기에 5조원을 더 풀겠다고 약속했다. 내년도 지출예산도 중기 계획보다 8조원 더 확대 편성했다.
한국은행도 이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낮췄지만, 최 부총리 말마따나 ‘축 처진’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분양 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부동산이 반짝 거래가 늘어났을 뿐, 생산과 소비, 투자는 여전히 회복세가 미약한 수준이다.
사실 돈 풀기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상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기반으로 한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 경제가 2,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의회 해산으로 재신임을 묻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 구조개혁으로 정책기조 선회하나그래서인지 최경환 부총리는 최근들어 부쩍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단기 처방으로 환자의 체력을 끌어올린 다음에는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공공부문과 서비스 분야, 금융, 노동, 부동산 분야 등을 대표적인 개혁대상으로 꼽았다.
최 부총리의 여러 발언을 종합해보면, 공공부문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방만경영 해소와 부채감축 노력이 강도높게 진행될 전망이다. 또 공공부문의 핵심역량을 끌어내는데도 주력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금융기관의 경우는 지나친 보신주의로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해소에 대책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담보위주 여신관행을 대신해 기술금융 등이 강조될 전망이다.
최 부총리는 또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타협 구상을 내놓은 상태다. 비정규직 처우개선, 통상임금 문제, 노동유연성 제고 등 노동현안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해결하자는 논의다.
부동산은 이제 임대 시장 구조가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갔다는 전제 하에 월세 부담 경감대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1,000세대 이상 규모의 민간 임대사업 기업들을 육성하는 등 민간 임대시장을 키우기 위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구조개혁이 관건인데 그러나 구조개혁은 그간의 관행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로 풀기가 쉽지도 않고, 단시간에 해결되기도 어려운 문제다. 각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찬찬히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꾸준히 구조개혁이 진행돼야 한다.
{RELNEWS:right}최근 경제정의실천연합이 경제전문가 1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의 76%가 ‘최경환 경제정책의 방향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고, 가장 큰 문제로는 ’근본적 구조개혁의 결여‘(59%)를 지목했다. 김한기 경실련 국장은 “가장 먼저 구조개혁의 방향을 올바로 잡아야하고, 그 다음으로는 일관성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개혁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발표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구조개혁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인 최경환 부총리에게는 내후년 총선이 큰 변수다. 최 부총리가 총선 출마를 준비할 경우, 경제 사령탑이 내년 중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서, 과연 구조개혁이 최 부총리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일관성 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