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정부가 다음 주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제 한 언론에서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늘리는 일명 미생 장그래 구제법도 포함될 것이다.' 이런 보도를 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정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연결해서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보죠.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박재홍의 뉴스쇼 전체듣기]◆ 김민수> 안녕하세요.
◇ 박재홍>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혁을 시급한 과제로 언급하면서 여러 가지 고용유연화 방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 김민수> 정부에서 고용유연화 정책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요. 청년들은 유연화라는 표현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입니다. 첫 직장을 1년 미만의 계약직으로 시작하는 청년들의 비율이 5년 사이 60%가 증가했거든요. 이 이상 청년들의 고용이 유연해졌다가는 정말 연체동물이 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들 지경입니다.
◇ 박재홍> 연체동물이란 말씀까지… 그런데 어제 정부가 계약직의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장 4년까지 늘린다는 중앙일보의 보도가 있었어요. 어떻게 들으셨어요?
◆ 김민수> 중앙일보의 보도내용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례가 하나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는 희망고문에 노출되셨고 그러다 결국 해고되신 분이 계시거든요. 이분이 지난 9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는데요. 이분이 유서를 통해서 그 계약기간, 24개월을 꽉 채워서 쓰고 버려졌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만약에 이 계약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정책이 추진되면, 청년들은 24개월로 모자라 48개월 동안 희망고문에 시달리며 쓰이다가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 박재홍> 정부에서는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라고 부인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하는 부분이 크신 거네요?
◆ 김민수> 말씀드렸다시피, 한국 노동시장의 안정성이 너무 심각할 정도로 무너져있는 게 문제입니다. 핵심은 이 계약직을 비롯한 비정규직이 과도하게 양산되고 있는 건데요. 이를 규제해야 될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신분의 불안정성을 지속시키는 정책이 언급됐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 박재홍> 그리고 해당 보도를 보면 이 법에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 구제법이란 명칭까지 붙이면서 미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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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극 중의 장그래나 그리고 지금 청년 취업자와 미취업자 분들이 원하는 건 안정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한 것이지, 비정규직 신분의 불안을 2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장그래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대목에서는 제가 만약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라면 정말 화가 날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장그래가 자기 직장 상사인 오상식 차장에게 남긴 말인데요. '죽도록 일하면 저도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건가요.' 장그래가 이게 엄청 욕심을 부리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하루하루 일하고 있는데, 이 노력이 어느 순간 계약기간 만료로 뚝 끊길 수도 있다는 것이거든요, 장그래의 신분이라는 것은. 이러지 말고 이 노력을 내일도, 모레도 정규직 신분으로 지속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인 건데요. 장그래의 꿈과 정부가 내놓은 장그래법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드라마를 보면 그 회사에서 2년 계약직이었고 그 기간이 끝나자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고 해고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오히려 4년으로 계약기간이 늘게 되면, 직장생활을 더 오래할 수 있는 것이고 더 유리한 조건이 아닌가 라는 게 정부의 생각 같은데요.
◆ 김민수> 계약기간이 얼마나 길든, 2년이든지 4년이든지 간에 언제든지 종료될 수 있는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노동자의 삶은 위협을 받고요. 숙련된 노동자와 함께 일해야 될 기업의 성장 동력도 함께 위협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볼 수 없고요. 오히려 청년들의 삶을 위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재계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기업의 부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은 약 14%에 불과하기 때문에,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건 어차피 비현실적이다. 고용 안정을 위해 지금보다 좀 계약기간을 늘려야 한다.' 어떻게 보세요?
◆ 김민수> 이게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렇게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한 직장에서 몸을 담고 일하다 보면 숙련을 쌓게 되잖아요. 숙련이라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니까 숙련을 쌓은 노동자와 협력해서 상생을 도모해야 될 재계가 계약기간을 놓고 2년이냐, 4년이냐를 운운하는 걸 보면 약간 답답한 심정이 들거든요. 노동자들을 계약기간을 놓고 싸게 쓰고 버릴 생각밖에 못하는 건 아닌가. 이게 한국 기업의 수준이 아닌가, 이렇게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참담한 심정이 듭니다.
◇ 박재홍> 결국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말씀이신데요. 다음 주에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하네요. 청년들 입장에서는 어떤 내용이 꼭 들어가야 된다고 보세요? {RELNEWS:right}
◆ 김민수> 사실 청년들이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혹은 취업 준비과정을 오래 거치면서 굉장히 오랜 시간 박탈감을 느낍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나는 내 삶을 보장할 수도 없고, 내가 가꿔야 될 집안의 생계를 보장할 수 없구나.' 이런 박탈감과 자기 자존감의 하락을 느끼거든요. 청년 입장에서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일인가 (싶은데요).
이렇게 열심히 일한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는 너희에게 줄만한 충분한 기회가 있다. 그만 견뎌도 되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면 거기 결과에 응당 보상을 받아야 된다.' 이런 메시지를 우리 사회가 던져야 됩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라는 것이 과연 이런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이런 고민이 듭니다. 청년을 살리는 길이 우리 사회를 살리는 길이라는 문제의식에 입각해서 정말로 제대로 된 비정규직 고용대책을 내놔야 되지 않을까, 이런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 박재홍>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김민수> 네, 고맙습니다.
◇ 박재홍> 청년유니온의 김민수 위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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