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없이도 물건을 사는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생체인증이나 비밀번호만 누르면 결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에, 기업들은 너도나도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00페이'처럼 비슷한 이름만큼이나 차별성도 없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간편결제에 소비자들의 혼란만 증폭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간편결제 시장 '후끈'…2년새 5배 이상 급증
구글, 애플,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을 비롯, 삼성전자도 지난달 삼성페이를 출시하면서 간편결제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또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와 결합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시럽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국내에 출시된 간편결제 서비스만 15개가 넘는다. 금융업체, 포털사, 휴대전화 제조사, 이동통신사, 유통사 등 사업자도 다양하다. 그야말로 '페이' 춘추전국 시대다.
다음 달에는 LG전자의 안드로이드 페이가 출시될 예정이다.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 그룹도 하반기에 간편결제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어 경쟁은 점점 심화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3년 2분기 1조 3480억원 수준에서 2014년 같은 분기에는 3조 193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2분기는 5조 7200억원 규모로, 2년새 무려 5배 이상 급증했다.
◇ 'ㅇㅇ페이' 비슷한 이름에 폐쇄된 서비스…소비자 불편 야기 문제는, 비슷한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잇따라 시장에 등장하면서, 이름조차 구별하기 어려운 비슷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간편결제의 폐쇄성은 소비자 불편으로 직결되고 있다. SK플래닛의 '시럽페이', 신세계 그룹의 'SSG페이' 등은 자신의 회사나 같은 계열사에서만 결제 가능하다.
온라인쇼핑몰 업체의 간편결제 서비스도 대부분 자사 쇼핑몰에서만 가능하고 타사 사이트에서는 쓸 수조차 없다. 1500만 가입자를 확보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500만), 페이나우(300만), 페이코(150만) 등도 대형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등에서 사용하려면 제약이 따른다.
"범용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삼성페이도 신세계그룹과 SPC그룹 계열사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삼성페이는 대부분 매장에서 사용 가능하지만 신세계그룹 계열사에서는 결제가 불가능하다. 신세계 측에서 삼성페이의 사용을 막은 것이다. 자사 서비스인 'SSG페이'가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와 코레일 승차권 발매 등에도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결국 광범위하고 손쉬운 결제를 위해서는 최소 3개 이상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자신의 정보를 등록해야만 한다. '페이 경쟁'이 "소비자 불편과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차별성, 범용성이 '관건'…고객·가맹점 확보한 업체가 '평정'간편결제 서비스는 쏟아지는 반면, 결제방식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얼마나 많은 곳에서 사용 가능한가"에 따라 페이 전쟁의 승자가 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