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1년 전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뒤 '열린' 운영을 통해 다양한 선수들에게 대표팀 승선의 기회를 주며 치열한 내부 경쟁을 이끌었다. 윤성호기자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을 설명하는 단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슈틸리케 매직’이다. 이는 지난해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휘봉을 잡고 1년 동안 한국 축구대표팀 운영의 틀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덕분에 얻은 수식어다.
홍명보 감독 체제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본 한국 축구가 새롭게 선택한 슈틸리케 감독은 외국인 감독의 특성을 살려 대표팀 운영을 출발선부터 다시 시작했다.
덕분에 이정협(부산), 이재성(전북), 권창훈(수원)으로 대표되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들이 차례로 대표팀에 소집돼 가능성을 점검했다. 석현준(비토리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 한동안 대표팀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선수들도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자신의 기량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그러는 동안 호주 아시안컵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등 여러 대회를 거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2015년 한 해 동안 축구대표팀은 18경기를 치러 14승3무1패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한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축구대표팀의 과감한 세대교체와 함께 분명한 결과까지 이끈 ‘슈틸리케호’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공격수 황의조(등 번호 14)와 미드필더 이재성(등 번호 17)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태극마크'를 달아 소속 팀에서 보여주는 기량을 대표팀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윤성호기자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 평가전을 마친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순항하는 ‘슈틸리케호’의 비결을 물었다.
이 경기에서 지난 4년여의 A매치 골 침묵을 깨고 무서운 활약을 선보인 지동원은 “대표팀에 특별한 분위기는 없다”면서 “하지만 베스트 일레븐을 자주 바꾸고 있어 선수들 사이에는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래서 실제로 경기에 투입되면 자기 몫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속팀에서 부진한 활약을 기록중인 지동원은 “대표팀에서 최선을 다했다. 다음에 또 소집되기 위해서는 소속팀에 돌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소속팀에서도 열심히 하겠다”고 오랜만에 돌아온 대표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의 주장 기성용(스완지 시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대표팀의 좋은 결과에 기분이 좋다”는 그는 “누가 뛰더라도 항상 준비된 선수들이라 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성용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쿠웨이트에서 경기 못 뛴 선수들이 자메이카전에 출전했는데 전혀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누가 뛰어도 대표팀에서는 각자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대표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