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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앞에서 느려지는 검찰 시계…대놓고 시간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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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앞에서 느려지는 검찰 시계…대놓고 시간끌기

     

    검찰의 사건 처리 속도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배당되자 마자 빠른 속도로 사건을 처리하고, 반대로 특별한 이유없이 수년 씩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현재 검찰이 처리를 늦추고 오랜 기간 쥐고 있는 사건 중 상당수가 바로 국가정보원과 관련된 사건들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이후 검찰이 유독 국정원 관련 사건에 늑장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檢 좌익효수 2년째 시간끌기…오히려 "원세훈 재판 고려" 당당

    (사진=자료사진)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를 쓴 국정원 직원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13년 7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윤석열 팀장)이 국정원 직원으로 의심되는 좌익효수의 글을 찾아내면서 부터이다.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3460여개의 글을 올렸는데 내용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이었다.

    전라도를 일방적으로 비하하며 "뒈지게 패야된당께 홍어종자들", "전라디언", "씨족을 멸해야 한다"는 등의 비방을 퍼부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북한의 심리전에 넘어간 광주인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재인 의원을 '문죄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X숭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X대중'이라고 표현하고 조롱하는 등 원색적인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좌익효수는 아프리카TV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망치부인' 이경선씨와 초등학생 딸에 대한 성적 폭언을 해 그해 10월 모욕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신 부장검사)에 사건이 배당된지 2년이 흘렀지만, 검찰은 좌익효수에 대해서만큼은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해 6월 피고발인 신분으로 좌익효수를 소환 조사한 것이 전부일 뿐, 가장 기초적인 신원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좌익효수 사건은 수사중이다. 국정원 직원인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 더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검찰이 사건 처리를 늦추는 사이, 이경선씨가 제기한 국가 상대 민사소송은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패소했다.

    좌익효수는 현재 국정원에 소속돼 정상 근무중인 것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신경민의원에 따르면, 좌익효수는 한 때 대기발령 상태였다가 원래 근무하던 대공수사국으로 복귀했다.

    국정원 대선개입이라는 민감한 이슈에 대한 검찰의 의도적인 시간끌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도 이런 속내를 굳이 감추지는 않았다.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좌익효수)사건 내용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내용과 비슷한 구조로 보여서 그 내용을 지켜보겠단 취지로 지금까지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 때문에 사건 처리를 일부러 미루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발언이다.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좌익효수가 국정원에 정상 근무중이라는 사실이 모두 드러난 마당에 검찰이 최소한의 신원파악 조차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절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사진=자료사진)

     

    ◇ 국정원 해킹 수사 고발인 조사만…검사 1명 파견했다 복귀시켜

    새정치민주연합이 고발한 국정원 해킹사건 수사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역시 공안2부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9월 초 야당 법률대리인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한 뒤 별다른 수사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

    검찰은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원격제어시스템(RCS)을 수입하고 운용하게 된 과정과 함께 이 프로그램이 실제 민간인 사찰에 쓰였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킹팀이 SK텔레콤 등 8개 IP에 접촉한 경위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이 사건에 연루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모 국정원 과장이 유서에 밝힌 해킹자료 삭제 행위도 고발 내용에 포함된 만큼 이 부분도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기도 전에 민간인 사찰 의혹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RCS 구입을 시인하면서도 대북 첩보 수집 차원이었을 뿐이라는 국정원의 공식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RELNEWS:right}

    모 검찰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 부분이 핵심인데 추측만 있을 뿐 야당에서도 관련 증거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야당과 언론이 의혹은 키웠지만 실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건 배당 당시 "타 부서와의 공조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공언했지만, 첨단범죄수사1부 소속 검사 1명을 잠시 파견받았다가 최근 다시 복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일단 시간을 끌며 뭉개는 검찰의 습성이 이 사건에서도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 의원은 "검찰이 국정원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린 직무유기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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