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크-락의 전설, 뮤지션 한대수의 산문집 <바람아, 불어라="">는 이 시대의 한국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자유인 한대수의 에세이다. 뉴스를 보고,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키우고, 공연을 준비하고,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틈틈이 써내려간 글들을 모았다.
간결하고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시원시원하게 풀어낸 게 특징이다. 작곡가, 가수, 사진작가, 저술가, 옥사나 남편, 양호 아빠 한대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의 일상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저자의 관심은, 커피나 담배와 같은 일상적인 소재에서부터 세월호, 메르스, 세금, 전세, 민족주의, 핵 실험, 파리 테러와 같은 사회적 이슈까지, 온갖 곳으로 뻗어 있다.
저자의 지적 편력과 포괄적인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때그때 경험하고 느낀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된다는 듯, 삶과 세상에 대한 거침없는 생각들을 육필로 기록했다.
특히 이번 산문집에서는 특유의 박력 있고 꾸밈없는 필체로, 한국 사회가 지닌 고질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우리는 누구인가」,「양떼 심리」,「군대 3개월」,「한국 교육」 등의 글이 대표적이다. 군대를 당장 없애야 한다거나, 노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경은 말도 안 된다거나, 한국인들은 시간 빈곤에 시달린다거나, 한국 사회의 패거리주의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등등 외국인이 보면 이상할 법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아프게 지적한다.
어릴 적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아간 그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이상한 것투성이이다. 그의 프리즘을 관통하는 순간, 너무나 익숙해져서 한국인에게 무감해진 인습들은, 이상하고 불편하고 불합리한 것이 된다.
돈, 세금, 커피, 담배, 영화, 부부싸움, 병원, 전시회와 같은 일상적 소재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루이 암스트롱, 데이비드 보위, 폴 매카트니, 스팅, 믹 재거 등 그가 관심을 갖고 지켜본 록 스타와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컨대 '영화 <사도>'에서 이 영화화 <마지막 황제="">의 큰 차이점은, <마지막 황제="">는 영어로 제작되어 세계인들의 가슴을 자막 없이 파고들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비극은 1581년 러시아 차르였던 이반에 의해 일어났음을 전하고 이 장면을 묘사한 화가 일리야 레핀의 작품 '이반 황제와 그의 아들'을 도판과 함께 소개한다.
또한 추억 어린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낸 뉴욕과 미국에 대한 단상들은 성숙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뉴욕 사진들도 볼거리를 준다.
본문 중에서"우리의 기업은 어떤가? 아직도 10시간씩 일하는가? 아직도 부장, 팀장 눈치를 보는가? 아직도 시간도 없는데 주기적인 회식에 참석해야 하는가? 아직도 선후배 따지며 나이 어리다고 좋은 아이디어까지 무시당하는가? 세상은 변한다. 우리도 같이 변하지 않으면 무지의 절벽에서 떨어진다. 만약 우리도 6시간 노동을 시행한다면, 저출산 문제, 청년 실업 문제, 그리고 국민 우울증도 다소 해소되지 않을까?" _「6시간 노동」(80쪽)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