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기원 제공)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로부터 3연패 뒤 첫 승을 거둔 것을 두고, 과학계에서는 "진작에 나왔어야 할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인공지능이 기술적으로 인간의 직관력과 통찰력을 완벽하게 흉내낼 수 없는 단계에서, 알파고의 불완전성이 제4국을 통해 결국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제4국에서 3연패 뒤 대망의 첫 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자신의 바둑 스타일을 끝까지 유지한 반면, 알파고는 잇단 악수를 두면서 승기는 결국 이세돌 9단 쪽으로 기울었다.
바둑 애호가인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이날 대국을 지켜본 뒤 "알파고의 실수는 앞서 1~3국에서도 나왔는데, 그것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적인 것이 아니어서 눈에 띄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허점을 보였는데, 이러한 결과는 진작에 나왔어야 한다"고 전했다.
전기전자·재료과학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은 SCI(과학기술인용색인) 급 논문 50여 편을 발표한 맹 교수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으로 봤을 때, 인간의 직관력과 통찰력을 흉내내는 데 있어서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한 허점이 앞선 경기에서도 보였지만, 그것이 판세에 결정적이지 않았던 데다 이세돌 9단이 적절하게 대응 못한 면이 맞물리면서 패배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제4국에서는 그 점이 아주 결정적인 부분에서 노출 된 것"이라며 "이세돌 9단 역시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던 전과 달리 알파고에 대한 나름의 감을 찾은 듯이 편하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1, 2국을 본 뒤 일본 프로바둑기사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의 '우주류'를 잇따라 언급했다.
"중반 이후 판이 어느 정도 짜여져 수읽기에 밀리지 않으려면 이 9단은 초반에 돌을 얼마 두지 않아 자유도가 높을 때 상상력을 발휘해 창조적인 판짜기를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다케미야의 우주류식 바둑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러한 알파고의 불완전성은 바둑계에서도 일찍부터 인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