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내 눈에도 이슬이 맺히는구나' 하나은행 주장 김정은이 13일 국민은행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승리한 뒤 입단 11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확정되자 김이슬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부천=WKBL)
여자프로농구(WKBL) KEB하나은행이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리그 합류 뒤 4시즌 만의 쾌거다.
그러나 하나은행에는 더 오랫동안 간절히 챔프전을 기다렸던 선수가 있다. 바로 하나은행의 주장 김정은(29 · 180cm)이다. 무려 입단 11년 만에, 시즌 수로는 12시즌 만에 비원을 이뤘다.
하나은행은 13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KB국민은행과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66-65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1패 뒤 2연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하나은행은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이 선착한 챔프전에 진출했다. 두 팀은 오는 16일부터 우리은행의 홈인 강원도 춘천에서 5전3승제의 챔프전을 펼친다.
이날 승리의 숨은 공신은 김정은이었다. 이날 김정은은 15점에 6리바운드를 올리며 승리를 뒷받침했다. 특히 전반 기선 제압을 위한 2쿼터 버저비터 3점슛을 넣었고, 3쿼터 도중에도 공격 제한 시간 직전 레이업슛을 넣으며 클러치 능력을 뽐냈다.
하나은행 김정은이 13일 국민은행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부천=WKBL)
사실 김정은은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포워드다.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국내 득점 1위에 오른 김정은은 국가대표로도 장기간 활약하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무관의 제왕이었다. 데뷔 후 지난 시즌까지 우승은커녕 챔프전 진출조차 이루지 못했다. 김정은은 하나은행의 전신 신세계에서 2005년 전체 1순위로 입단한 대형신인이었다. 2006년 겨울리그 신인상, 이듬해 겨울리그 베스트5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챔프전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입단 11년 만이자 12시즌 만에 꿈을 이뤘다. 챔프전 진출이 확정되자 김정은은 염윤아 등 동료들과 함께 진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챔프전에 올라가도 절대 눈물 흘리지 말고 우승하고 울어야지 했다"면서 "그런데 11년 만에 처음으로 진출해서 그런지 너무 촌스럽게 울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번 챔프전 진출은 김정은에게는 뜻깊은 성과다. 특히 올 시즌 뒤 김정은은 오는 9일 봄의 신부가 된다. 이에 김정은은 "사실 시즌 전에 날을 잡았다"면서 "그런데 무릎을 다치고 그러니까 스트레스 받았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축하를 받으면서 결혼을 하고 싶었다"면서 "옆에서 (예비 남편이) 지금까지 뛴 동기부여, 많은 힘이 돼줬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챔프전 각오에 대해 김정은은 "정말 여기 오기까지 11년 걸렸다"면서 "기회는 쉽게 오는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김정은이 과연 무관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날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4월의 신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