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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군단' 오리온의 딜레마 '풍요 속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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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화 군단' 오리온의 딜레마 '풍요 속의 빈곤'

    오리온 최진수(왼쪽)와 허일영이 19일 KCC와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몸을 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KBL)

     

    프로농구 오리온은 '2015-2016 KCC 프로농구'의 1강으로 꼽혔다. 워낙 선수층이 두터웠던 까닭이다. 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오리온은 우승후보 0순위, 공공의 적이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KCC 추승균 감독은 "오리온은 베스트 멤버급만 두 팀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오리온은 지난 시즌 신인왕 이승현(197cm)과 2013-14시즌 MVP 문태종(198cm)을 비롯해 김동욱(194cm), 최진수(203cm), 허일영(195cm), 장재석(203cm) 등 막강한 포워드진을 자랑한다.

    하지만 오히려 19일 챔프전 1차전에서는 이 풍족한 자원 속에 빈곤함이 드러났다. 쓸 선수는 많았지만 정작 핵심 역할을 해주는 선수를 대체할 자원이 부족했다. 주축 선수들의 체력 부담은 경기 후반 결정적인 고비에서 오리온이 밀렸던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승현과 김동욱이 그랬다. 1차전에서 전반 둘의 활약은 발군이었다. 이승현과 김동욱은 각각 KCC의 핵심인 하승진(221cm)과 안드레 에밋(191cm)을 제대로 막아냈다.

    오리온 이승현(33번)이 19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KCC 하승진을 박스아웃하는 모습.(자료사진=KBL)

     

    이승현은 전반 하승진을 2점 4리바운드로 묶었다. 하승진은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평균 15.8점 14.8리바운드의 괴력을 뽐냈지만 전반에는 이승현에 고전했다.

    김동욱 역시 마찬가지. 올 시즌 최고 외국 선수 에밋을 전반까지 7점으로 막았다. 에밋은 4강 PO에서 무려 평균 33.8점을 올렸다. 전반을 오리온이 34-26으로 앞선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도 한계가 있었다. 김동욱은 후반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졌고, 에밋은 3쿼터만 9점을 몰아넣었다. 오리온은 4쿼터 장재석과 수비 분담을 시켜줬지만 에밋은 여전히 9점을 넣으며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이승현 역시 그랬다. 전반 하승진을 밀착 마크한 이승현은 후반에만 8점 7리바운드를 허용했다. 이승현이 아무리 체력이 좋다지만 리그 최장신, 최중량의 하승진을 4쿼터 내내 막기는 버거웠다. 전반 7점 5리바운드를 올린 이승현은 후반 4점 3리바운드로 주춤했다.

    오리온에서 하승진을 막을 선수는 이승현이 거의 유일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신장에서는 이승현과 차이가 없더라도 체중과 힘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장신 포워드들이 많아도 하승진 앞에서는 단신일 뿐이다.

    오리온 김동욱이 19일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KCC 안드레 에밋의 돌파를 막는 모습.(자료사진=KBL)

     

    김동욱도 마찬가지다. 스피드와 힘, 기술을 겸비한 에밋의 돌파를 견뎌낼 선수는 오리온에서도 많지 않다. 김동욱은 모비스 함지훈(198cm)을 막아낼 만큼 힘이 있는 데다 스피드도 갖췄다.

    20일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사실 1차전에서 김동욱이 전반에 워낙 에밋을 잘 막아내 체력 안배를 신경쓰지 못했다"면서 "2차전에서는 장재석이 부담을 덜게 해 김동욱이 승부처에서 에밋을 막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현에 대해서는 "일단 하승진을 잘 막았던 만큼 버텨주는 수밖에 없다"면서 "도움 수비를 붙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현도 "정말 힘들었다"면서도 "더 힘을 내서 막을 수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과연 호화 군단 오리온이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1일 2차전 승부를 결정할 키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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