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하는 현대건설. (사진=현대건설 제공)
"우승은 하늘이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승이 어렵다는 의미다. 실력이 곧 우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늘 변수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력에 운도 따라줘야만 우승이 가능하다.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이 그랬다. 실력은 물론 운도 함께 했다.
일단 운이 따랐다. 현대건설은 흥국생명과 플레이오프를 2연승으로 끝냈다. 정규리그에서는 2승4패로 뒤졌지만, 플레이오프는 그야말로 완승이었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부상 당한 테일러를 대신해 알렉시스를 데려왔지만, 포지션이 센터였다. 남자부 OK저축은행 시몬처럼 센터 포지션이면서도 라이트를 책임지는 선수도 아니었다. 후위에 서면 리베로와 교체되는 등 오롯이 센터만 가능했다. 당연히 현대건설 외국인 선수 에밀리의 힘이 더 셌다.
챔피언결정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띄었다.
정규리그 우승팀 IBK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맥마혼이 빠진 채로 챔피언결정전을 소화했다. 팀 구성이라는 변수가 있기에 득점 만으로 절대적인 평가는 어렵겠지만, 맥마혼은 727점으로 득점 3위에 올랐다. 30경기에서 577점(5위)을 올린 에밀리보다 세트당 3점 가까이 더 올렸다.
그런 맥마혼이 챔피언결정전에 빠졌다. 기업은행은 김희진(39점), 박정아(54점)가 현대건설 양효진(55점), 황연주(30점)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맥마혼의 공백을 여실히 드러냈다.
결국 현대건설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내리 3경기를 따내며 2010~2011시즌 이후 5년 만에 정상에 섰다.
"운이라고? 실력이지." 현대건설 우승을 이끈 주역 센터 양효진(왼쪽부터), 세터 염혜선, 라이트 황연주, 레프트 한유미. (사진=현대건설 제공)
◇단기전에서 빛난 현대건설의 힘단순히 운으로 우승한 것은 아니다.
실력도 분명히 뒷받침됐다. 특히 정규리그 블로킹 1위 양효진은 흥국생명과 기업은행이 넘기 힘든 벽이었다. 정규리그에서 세트당 0.741개의 블로킹을 잡아낸 양효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세트당 0.5개 이상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흥국생명과 기업은행을 막아섰다.
무엇보다 공격에 앞장섰다.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외국인 선수 에밀리가 아닌 양효진이었다. 양효진은 55점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특히 양철호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베테랑 한유미 카드다. 정규리그에서 주로 조커로 나섰던 한유미는 시즌 막판부터 선발로 나서며 포스트시즌에 몸을 맞췄다.
현대건설의 약점은 양효진과 에밀리가 후위로 빠질 때다. 하지만 한유미의 투입으로 공격력이 배가 됐다. 한유미는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 22점을 올렸다.
세터 염혜선도 "아무래도 (한)유미 언니가 들어오면서 에밀리에게 의존을 안 하게 된다"면서 "에밀리는 리시브까지 하니까 체력이 떨어지는 데 그것까지 하면 힘들다"고 한유미 가세로 얻은 효과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