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 에밋 (사진 제공/KBL)
미국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의 포워드 블레이크 그리핀이 플레이오프 경기 당시 찰스 바클리 TV 해설위원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바클리는 그리핀이 공을 잡고 공격을 시작하기까지 너무 오래 시간을 끈다고 지적했다. 득점력이 뛰어난 그리핀을 막을 때는 종종 도움수비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리핀이 패스를 받고 3~4초 정도 호흡을 가다듬고 공격을 준비하는 사이 상대 수비들은 대형을 갖춘다. 그리핀이 골밑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프로농구 전주 KCC의 외국인선수 안드레 에밋이 그런 유형의 선수다. 에밋을 패스를 받은 뒤 곧바로 움직이는 선수가 아니다. 공을 잡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드리블을 시작하고 서서히 공격을 나선다. 워낙 기술이 탄탄하고 방향 전환에 능해 1대1로는 그를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상대가 에밋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추승균 KCC 감독은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에밋의 이같은 성향에 대해 언급했다.
추승균 감독은 "빠르게 해야 할 때는 빠르게 해줘야 한다. 에밋에게 자기 공격이든 패스든 한타임씩 빠르게 플레이를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에밋이 공을 잡고 공격을 시작하기에 앞서 시간을 끄는 성향을 지적한 것이냐는 질문에 추승균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밋이 이날 3차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예전보다 간결했다.
에밋은 1쿼터 초반 패스를 받자마자 돌파를 시작해 도움수비가 다가오자 김효범에게 빠르게 패스, 3점슛을 어시스트했다. 추승균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 방식이었다.
이후 에밋은 공을 받자마자 돌파를 시작하거나 슛을 던지는 등 전반적으로 자신의 공격 리듬을 평소보다 빠르게 몰고갔다. 평소에는 자주 시도하지 않는 퍼리미터 지역에서의 풀업 점퍼도 종종 던졌다.
그러나 평소와 리듬이 달랐기 때문일까. 에밋은 전반전에 10점을 올렸지만 야투 성공률은 36%(4/11)로 저조했다.
에밋은 후반 들어 좀처럼 자신의 공격 리듬을 찾지 못했다. 자신에게 수비수들을 붙인 뒤 허버트 힐의 골밑 기회를 엿보는 공격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