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공인구' 올 시즌 KBO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일구로 사용되는 스카이라인 생산 공인구. 논란을 빚었던 지난해를 교훈 삼아 반발계수를 기준 범위의 중간으로 맞췄다.(사진=한국야구위원회)
올 시즌 프로야구는 단일 공인구의 원년이다. 지난해까지 여러 제조사의 공을 사용했던 것을 올해부터는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된 1개 제조사의 공인구를 사용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야구 선진국들의 추세를 따름과 동시에 이른바 '탱탱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최근 2년 동안 리그를 강타한 '타고투저' 현상의 한 원인으로 꼽힌 잘 나가는 공인구에 대한 의혹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는 ㈜스카이라인스포츠의 공인구(AAK-100)이 사용되고 있다. 과연 통일된 공인구는 최근 극심했던 타고투저 현상을 식히고 논란을 잠재울 만한 효과를 주고 있을까.
▲2015년 역대 최다 홈런…'탱탱볼 논란' 심화역대 타고투저 현상이 가장 심했던 시즌은 2014년이었다. 당시 리그 전체 타율은 2할8푼9리, 전체 평균자책점(ERA)은 무려 5.21이나 됐다. 팀 평균자책점이 5점이 넘으니 경기당 두 팀이 10점은 합작했다는 뜻이다. 이전까지 가장 높았던 1999년 타율 2할7푼6리와 ERA 4.98을 훌쩍 넘어섰다.
당시는 외국인 타자의 부활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팀의 4번 타자감이 1명이 늘어난 데 따른 효과가 컸다. 클린업 트리오가 4명으로 불어난 현실에 투수들의 부담이 커졌고, 이게 고스란히 실점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었다.
타고투저 현상은 2015년에도 이어졌다. 전체 팀 타율이 2할8푼, ERA는 4.87이었다. 2014년보다는 다소 완화됐다지만 이전까지 최고였던 1999년에 버금갈 만했다. ERA는 1999년보다 조금 낮았지만 타율은 높았다.
'탱탱볼?' 지난해 롯데가 사용한 공인구는 반발계수 검사에서 기준치가 초과됐다. 때마침 롯데는 홈 경기에서 홈런이 양산되면서 이른바 '탱탱볼' 논란이 불거졌다.(자료사진=하드스포츠, 노컷뉴스)
무엇보다 홈런이 펑펑 터졌다. 지난해 홈런은 역대 최다인 1511개가 나왔다. 경기당 2.1개로 타고투저가 가장 심했던 2014년(평균 2.02홈런)을 능가했다. 20홈런 이상 타자가 24명이나 됐는데 2014년보다 10명이나 늘어났다.
공인구 논란이 불거졌다. 반발계수가 높아지면서 타구가 더 쭉쭉 뻗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공인구는 검사 결과 반발계수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지난해 4월 H사 제의 반발계수가 0.4414로 KBO 기준(0.4134~0.4374)의 상향선을 넘었다. 수치는 0.004로 단순 계산으로 타구 비거리가 0.8m 더 나온다.
투수들이 2년째인 외국 타자들에는 적응했지만 공인구에는 실패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이지 플라이(쉬운 뜬공)가 될 타구가 넘어가더라"면서 "또 관중석 상단을 맞히는 홈런도 여럿 나왔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올해 홈런 페이스-타고투저 다소 완화때문에 KBO는 올 시즌부터는 공인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단일구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까지 4개 회사 제품에서 올해부터는 1개 회사의 공인구로 통일한 것이다.
일단 전체 시즌의 20% 남짓이 치러진 가운데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은 조금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리그 전체 타율은 9일 현재 2할7푼7리다. ERA도 4.65를 찍고 있다. 그래도 높은 편이나 최근 2년에 비하면 조정됐다.
홈런 수도 조금 줄었다. 9일까지 151경기에서 리그 전체 홈런은 277개가 나왔다. 경기당 1.83개 꼴이다. 평균 2개를 넘었던 최근 2년과는 다르다.
'공인구 첫 투구는 피겨여왕?' 지난달 1일 삼성-두산의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공식 개막전에 앞서 피겨 스타 김연아가 시구하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일단 지난 3월 KBO가 실시한 1차 수시 검사에서는 공인구는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논란이 됐던 반발계수는 0.425 정도에서 형성됐다. 기준 범위의 중간 정도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지난해 반발계수에 대한 논란이 있어 올해는 제조사와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했다"면서 "투수와 타자들의 입장이 다르고 화끈한 타격을 원하는 팬들과 흥행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기준치의 중간쯤에서 반발계수를 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가라앉았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시즌 초반으로 타자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투수들이 지치는 여름과 후반기가 오면 달라질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홈런 공장장이던 목동이 빠지고 상대적으로 넓은 고척스카이돔이 사용되는 등 다른 변수도 있다.
정 부장은 "신축 구장 등의 변화가 있어 단일구 효과를 봤다는 판단은 이르다"면서 "그러나 여러 공인구가 아닌 단일구라 각 구단들의 불만은 아직까지는 크게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구 원년인 올 시즌 과연 리그 전체 특징은 어떻게 규정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