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다' 삼성생명 여자 탁구단 유남규 감독(가운데)이 19일 '2016 실업탁구챔피언전'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한 최효주(왼쪽), 정유미와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대구=임종률 기자)
'한국 탁구 간판 스타'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48)이 비로소 웃음을 찾았다. 탁구 인생 최대의 시련과 격동기를 넘어 명예 회복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유 감독이 이끄는 삼성생명은 19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실업탁구챔피언전' 여자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정유미-최효주가 박영숙-김민희(렛츠런파크)에 3-0(11-9 11-2 11-5) 완승을 거뒀다.
지난 2월 부임한 유 감독의 첫 우승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과 감독으로 나선 2012 런던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 등 선수 시절과 지도자를 하면서 숱하게 정상에 올랐던 유 감독이지만 이번 우승은 그 어느 때보다 기뻤다.
유 감독은 첫 대회였던 지난달 '제 62회 전국종별남녀탁구선수권대회'에서 '노 메달'에 그쳤다. 개인 단식과 복식, 단체전 등에서 모두 입상하지 못했다.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경쟁이 치열했지만 유 감독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국 탁구의 간판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 감독으로서는 자존심이 적잖게 상했다. 유 감독은 "입상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 마음 고생이 심했다"면서 "오죽하면 위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 탁구단 감독(왼쪽)이 19일 '2016 실업탁구챔피언전'에서 최효주를 지도하고 있다.(대구=임종률 기자)
여기에 유 감독은 전 소속팀이던 에쓰오일 남자 탁구단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여자팀을 처음 맡은 유 감독은 적응도 쉽지 않았다. 유 감독은 "남자와 여자 선수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맞춰가야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선수들을 제대로 지도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최효주, 정유미 등 에이스급 선수들이 대표팀 훈련으로 한 달이나 자리를 비웠다. 이런 가운데 치른 전국종별선수권 노 메달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다. 유 감독은 "팀 전력도 3, 4위 권이었지만 그래도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4주 만에 열린 실업탁구챔피언전에서는 상처받은 자존심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 복식에서 우승자를 배출해낸 것이다. 유 감독은 "그래도 우승이 나오면서 속에 막혔던 게 쑥 내려가는 것 같다"고 웃었다.
유 감독의 목표는 연말 전국종합선수권대회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패배 의식에 젖어있는 것 같다"면서 "체력 훈련을 착실하게 다져 연말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유미는 "감독님께서 부담보다는 경기를 즐기라고 말해주신다"고 말했다. 과연 유 감독이 확실한 명예 회복을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