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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8년된 동네빵집, 8m 때문에 웁니다"

경제 일반

    [훅!뉴스] "8년된 동네빵집, 8m 때문에 웁니다"

    朴정권 초기 숨죽였던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슬그머니 기지개

    -T 프랜차이즈, 동네빵집 500m 경계 줄타기
    -동반성장위, 워킹미터기로 거리 실측까지
    -동네빵집, T 프랜차이즈 문 연 뒤 매출 반 토막
    -500m 규정 잇단 완화, 제3자도 점주 가능
    -"대기업, 동네에 빨대 그만 꽂고 해외로 가라"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끼리도 치킨게임 상황
    -골목상권 보호 정책, 예외규정에 솜방망이
    -20년 제빵장인, 비전없다며 공장 노동자로
    -국감 때 상생 약속했던 회장님들, 약속 지켜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권 기자.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은 어떤 문제 살펴볼까요?

    ◆ 권민철> 이번 주도 사회적 이슈 많았는데, 그중에 별다른 관심 끌지 못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골목상권 문제였는데. 음향 듣고 시작할까요?

    "한식을 포함한 7개 음식점업과 자동차 전문수리업 등 10개 품목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재지정 됐습니다. 이번에 재지정된 10개 품목은 한식, 중식, 일식 등 음식점업 7개와 이동급식, 자동차 전문수리업 등입니다."

    ◇ 김현정>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제도... 이거 골목상권 보호하자는 취지로, 대기업한테 골목상권에 진입 못 하게 한 그런 제도였죠?

    ◆ 권민철> 골목상권 보호 정책, 2012년부터 시행됐는데, 여론 관심 시들해지면서 점차 잊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가 다시 이어지면서 신음하는 동네 사장님들 많습니다. 오늘 훅뉴스는 그 가운데 골목상권의 상징이랄 수 있는 동네빵집 이야기로 동반성장의 뒤안길을 짚어보겠습니다.

    동네빵집 500m 이내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올 수 없다. 최단거리로는 478m이지만 큰길로 거리를 재서 500m 넘겼다고 주장하는 T프랜차이즈 울산온산덕신점. 설사 500m를 벗어났더라도 동네빵집 '하나베이커리'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래픽=문규리 인턴기자)

     

    ◇ 김현정> 동네빵집 이야기…. 제가 알기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동네빵집 500m 안쪽으로 신규 진입을 못 하게 규제해 놓은 거 아닙니까?

    ◆ 권민철> 그런데 이 규정이 사실상 의미 없게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규정의 취지를 무시한 채 교묘하게 점포를 내는 사례가 있습니다.

    ◇ 김현정>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요?

    ◆ 권민철> 울산 울주군의 경우인데, 이곳에 8년째 운영해온 동네 빵집 ‘하나베이커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8일 인근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T 제과점이 오픈했습니다. 문제는 동네빵집에서 478m밖에 안 떨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 김현정> 500m 안쪽이네요? 그러면 규정 위반이잖아요.

    ◆ 권민철> 그런데 T제과점 쪽 입장은요 자기들이 재보니까 508m라는 겁니다. 샛길로 재면 478m인데 2차선 도로를 거치도록 해서 거리를 재면 500m가 넘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 쪽 이야기입니다.

    "최단 거리로 하면 샛길도 있고, 골목길도 있고 그러겠죠. 그래서 4자 간의 협의 내용이 명확히 나와 있나 봐요. 2차선 차도로 도보했을 때의 거리라고 이렇게 명시가 돼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500m가 넘는다고 해요."

    ◇ 김현정> 이게 울산 울주군의 이야기인데 이런 분쟁들이 곳곳에 있나 보죠?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권민철> 이렇게 되면 동반성장위원회가 실측을 나갑니다. 워킹미터(워킹카운터)라고, 거리를 잴 때 쓰는 바퀴달린 측정기 있죠? 그걸로 직접 잰다고 합니다. 좀 우스꽝스러운 상황인데, 결코 웃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 김현정> 그러게, 설사 508m라고 치죠, 다시말해 규정에서 8m 벗어났다고 해도, 이 점포가 동네 빵집에 영향을 안주느냐, 그건 또 아니잖아요?

    ◆ 권민철> 바로 그 지점입니다. 이 동네빵집의 매출, T 제과점이 개업한 이후 절반 이상 줄었고 합니다. 하나베이커리 사장 김영복 씨의 이야기입니다.

    "저희를 무시하고, 바로 500m 이내에 생겼잖아요, 생기기 전에 저한테 아무런 언질도 없었고요, 그게 좀 화가 나는 거죠. 1일 평균 27만 원 정도 파는 데 지금 12만 원, 13만 원 정도 나가요. 반이죠, 반. 이러면 석 달 뒤면 끝난다고 봐야죠."

    ◇ 김현정> 석 달 뒤면 끝난다?

    ◆ 권민철> 폐점을 의미합니다. 적자로는 가게운영이 불가능하니까요.

    ◇ 김현정> 동네빵집 보호 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거네요?

    ◆ 권민철> 우리가 알고 있는 500m 규정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과 동네빵집이 서로 합의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보면 예외규정이라는 게 있습니다.

    ◇ 김현정> 예외규정은 또 뭡니까?

    ◆ 권민철> 가령, 한 프랜차이즈가 영업하고 있다가 임대료가 대폭 인상돼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 인근에 다시 똑같은 프랜차이즈 제과점 점포를 낼 수 있는, 그런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이런 예외조항 때문에 동네 빵집 옆에 갑자기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들어서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 규정이 생기기 전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하다가 문을 닫았어요. 지금은 500m 규정이 생겼는데도 예전에 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특권을 줬다는 거죠?

    ◆ 권민철> 그렇습니다.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에도요, 270m를 사이에 두고 동네빵집 두 곳이 영업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빵집 중간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P 제과점이 최근 새로 열었습니다.

    ◇ 김현정> 그 제과점 역시 예전에 하다가 문을 닫았던 사람?

    ◆ 권민철> 그렇습니다. 과거부터 P 제과점이 이곳에서 영업해 오다 지난해 10월 폐점했는데, 5m 떨어진 곳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당초 예외조항은 이곳에 프랜차이즈 빵집을 다시 열 수 있는 사람이 기존 점주로만 제한됐는데, 올해 2월 말부터는 제3자라도 프랜차이즈 빵집 오픈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더 완화됐습니다.

    ◇ 김현정> 규정이 좀 복합한 데, 그러니까, 이 규정이 생기기 전에 예전에 하던 사람들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라도 다시 열 수 있습니다’는 이런 예외 규정이 하나 생겼고, 거기다가 예전에 했던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예외가 됐어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결국에 반경 100m 안에서 3개 빵집이 다시 경쟁하게 된 거죠. P 제과점도 규정을 위반한 건 없지만, 또다시 대기업과 경쟁하게 된 동네빵집들로서는 죽을 맛이겠죠. 저희에게 제보해 오신 분인데요, 동네빵집 ‘파리블랑제’ 주인 변경자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제 우리나라에 있는 조그마한 동네빵집을 다 빨대로 빨아서, 세발낙지 훑듯이 훑어서 대기업으로 됐으면 인제 그만하고, 글로벌하게 놀면 안 되겠냐고 했어요, 제가. 이 사람들한테. 인제 그만 좀 빨아먹으라고, 몇 개 남았다고 아직도 빨대를 꽂고 앉았냐고 했어요. 제가."

    ◇ 김현정> 굉장히 화가 나셨네요. 동네빵집 주인들은, 골목상권이 보호받고 있다는 걸 체감하지 못한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하시네요?

    ◆ 권민철> 사실 이거는 비단 동네빵집 주인들만 느끼는 게 아닙니다.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똑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같은 가맹점 점주들도요?

    ◆ 권민철> 가령 같은 T 프랜차이즈 때문에 다른 T 프랜차이즈도 힘들다, 그런 건데요. 매장 인근에 새 매장이 새로 생기면 두 매장이 서로 경쟁을 하게 되니까요. 한 점주의 이야기 들어보죠.

    "들어갈 자리라고 하니까 저는 뭐 나서기가 뭐 좀 그래요. 입장이. 저도 프랜차이즈이고, 본사를 두고 하는 개인사업이다 보니까, 나중에 불이익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선뜻 나서기도 그렇고, 어쨌든 간에, 섭섭하죠. 솔직히 속마음은."

    ◇ 김현정> 같은 가맹점끼리도 봐주는 게 없는데, 하물며 일반 동네 빵집은 두말할 나위 없겠네요. 만약 골목상권 보호 제도가 생긴 뒤에도 피해를 봤다는 민원이 많이 있나요?

    ◆ 권민철> 동반성장위원회에 문의해 보니 제과점만 연평균 30여 건의 피해 민원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골목상권 보호 제도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숫자겠죠.

    ◇ 김현정> 앞선 사례도 있었지만, 만약 500m 내 입점 금지 규정을 위반하면 어떤 제재가 뒤따르나요?

    ◆ 권민철> 그게 문제입니다. 이게 금지 규정이라지만 이게 권고다 보니 위반하더라도 명단공개 외에 법적 처벌 같은 건 없습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아까 예외규정도 참 불합리하다 이걸 지적하셨는데, 심지어 예외조항이 아닌 위반을 한 경우에도 솜방망이다?

    ◆ 권민철> 이러다 보니까 제과점 종사자들은 미래를 아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업종을 변경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 김현정> 미래가 두려워서?

    ◆ 권민철> 비전이 없어서요. 지금 들려드릴 목소리의 주인공도 20년 넘게 제빵을 해 온 분인데, 그동안 빵집 하나 개업하겠다는 일념으로 힘든 시절 보내 왔는데, 결국 동네빵집들 문 닫는 거 보고 올해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지금은 월급도 더 적은 전자부품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뚜레쥬르나 파리바게뜨가 너무 많아 버리니까.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그냥 회사로 들어가자는 식으로 간 거죠. 주변에서 우리 조카들이나, 제과에 관심 있다고 한다? 그러면 대놓고 얘기해요, 하지 말라고. 그거 비전 없다고. 비전 없어요. 제과점은."

    ◆ 권민철> 이 분이 올해 44살인데요, 두 명의 부양가족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거의 젊은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데 비해 동네 빵집은 이렇게 나이 든 제빵 기사들, 아니면 가족 단위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따라서 골목상권을 대기업이 점령하게 되면 이렇게 노동 시장에도 상당한 파급력이 있습니다. 대기업 빵집은 한 ‘사람’을 먹여 살리지만, 동네 제과점은 한 ‘가정’을 먹여 살리니까요.

    ◇ 김현정> 지금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1년에 보통 몇 개씩 신규 점포를 내고 있어요?

    ◆ 권민철> 2014년 통계를 보니까, 대표적인 2개 대형 프랜차이즈가 154개 매장을 신규로 오픈했습니다. 1개 매장당 연평균 3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해 보면, 460억 원의 매출을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가져가고 있는 거죠. 만약 대기업이 신규로 진출하지 않았다면 이 돈은 동네에 뿌려졌겠죠.

    ◇ 김현정> 2012년부터죠. 대기업이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사회문제로 주목을 받고, 그 때문에 동반성장이 국가 아젠다가 됐는데, 오늘 동네빵집 이야기 듣고 나니,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되네요.

    ◆ 권민철>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국감 때 대기업 회장님들 줄줄이 국정 감사장에 불려 나와 골목상권 침해하지 않겠다, 이렇게 다짐했던 장면요. 제가 기억 환기 차원에서 2013년 국정감사 음성 가지고 와 봤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오영식 의원: 앞으로 이마트가 이마트에브리데이 상품공급점을 추가출점을 할 겁니까? 안 할 겁니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추가출점을 완전히 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영식 의원: 국민 앞에 약속할 수 있습니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네 있습니다.

    추미애 의원: 홈플러스가 추석이나 설명절 앞두고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상품권, 선물세트 이런 거 강매하고 실적에 반영하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거 시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권민철> 이분들 당시 이렇게 동반성장을 약속했는데, 그 약속 우리가 잘 기억하고, 또 잘 지켜지고 있는지 앞으로도 지켜볼 필요 있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맞습니다. 다음 주 20대 국회 개원하는데, 우리가 잊고 왔던 동반성장 문제 국회 차원에서도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겠고, 우리 역시 골목상권 살리는 문제 다시 관심 가져야겠다는 말씀드리면서, 오늘 훅뉴스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끝)

    취재도움: 문규리 인턴기자(중앙대 신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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