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패기의 광주는 상대보다 더 빠르고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서울을 괴롭혔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슬로우 스타터’라는 오명을 씻고 올 시즌 초반부터 K리그 클래식 상위권에 올라있는 FC서울. 데얀과 아드리아노, 박주영에 윤주태까지 K리그의 어느 팀이라도 부러워할 공격진과 함께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주장 오스마르를 중심으로 하는 단단한 스리백이 서울을 상위권에 있게 하는 힘이다.
하지만 서울을 괴롭히는 것 역시 스리백이다. 올 시즌 서울은 스리백 전술로 경기하는 팀에 약점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이 자주 나오면서 서울을 상대하는 팀들은 평소 사용하지 않던 스리백 전술을 급히 준비해 어떻게 해서든 승점을 얻겠다는 시도로 이어졌다.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단단하게 버틴 상대 수비를 뚫는 데 고전했단 서울이었다는 점에서 서울에는 상대의 스리백이 분명한 고민거리였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광주FC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최용수 감독 체제의 서울을 상대로 2무 6패,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광주지만 평소대로 4백 수비로 경기에 나섰다.
여름이 경고 누적, 이으뜸이 부상으로 빠지는 대신 이민기가 이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등 선수 구성의 변화는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는 전술이 아닌 그동안 줄곧 사용했던 방식으로 서울을 상대한다는 것이 남기일 광주 감독의 구상이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광주는 빠르고 많이 뛰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쉽지 않은 팀”이라며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아 선발로 나서는 윤일록이 경기 스타일상 경기장에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여전히 서울의 주요 공격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베테랑 공격수 데얀은 광주전 승리의 일등곤신이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젊은 패기에 밀린 서울, '해결사' 덕에 웃었다최용수 감독의 걱정대로 서울은 더 빠르게, 더 많이 저돌적으로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광주 선수들의 기에 눌려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 25분 윤일록의 슈팅을 박동진이 따라붙어 걷어내는 등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신진호가 시즌 도중 입대한 상황에서 다카하기와 주세종이 경고 누적으로 빠진 중원도 분명한 부담이었다. 고요한이 중원에 배치돼 윤일록과 호흡을 맞췄고, 박용우가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지만 이전보다는 분명 완성도가 떨어졌다.
그래도 승리는 서울의 차지였다. 결과와 관계없이 이 경기에서 3골을 넣겠다던 최용수 감독의 약속은 현실이 됐다. 서울은 홀로 2골을 넣은 데얀의 활약에 힘겨운 3-2 승리를 손에 넣었다.
전반 42분 데얀이 김치우의 크로스를 받아 침착하게 마무리했고, 후반 10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아드리아노의 슈팅을 광주 골키퍼 최봉진이 막았지만 수비수 홍준호의 몸에 맞고 자책골로 이어졌다. 광주도 후반 15분 이민기가 자신의 프로 데뷔전에서 기분 좋은 골 맛을 본 데 이어 후반 24분 코너킥 상황에서 정조국이 동점골까지 꽂아 넣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