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올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가 열린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최다이자 한국 프로스포츠 역대 9번째인 4만7899명의 많은 관중이 찾았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4만7899명의 엄청난 관중이 만드는 환상적인 분위기. 그에 걸맞은 선수들의 기막힌 경기력.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다렸던 진짜 ‘슈퍼매치’다.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맞대결인 ‘슈퍼매치’는 올 시즌 두 차례 맞대결을 포함해 총 78회나 치러졌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5라운드가 1-1 무승부로 끝나며 ‘슈퍼매치’ 전적은 수원의 32승19무27패 근소한 우위가 계속됐다.
최근 ‘슈퍼매치’는 희소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클래식에 스플릿 제도를 도입하며 매년 최소 3차례, 최대 4차례의 '슈퍼매치'가 열리게 된 탓이다. 이 때문에 ‘슈퍼매치’에 나서는 양 팀 선수들은 물론, 팬들의 간절함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일부 나왔다.
하지만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78번째 ‘슈퍼매치’는 왜 서울과 수원, 수원과 서울의 맞대결을 ‘대단한’, ‘굉장한’, ‘특별한’ 등의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 ‘SUPER’라는 수식어로 표현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명승부였다.
K리그 대표 라이벌 맞대결에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양 팀 선수는 이 한 경기의 승패를 위해 90분간 치열하게 싸웠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1이라는 결과는 의미가 없다. 이날 경기에 투입된 양 팀 28명의 선수가 보여준 투혼과 열정, 그리고 승부욕은 K리그가 국민 스포츠로 다시 거듭날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줬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을 찾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최다관중 4만7899명이 증거다.
선수들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호각소리에 약속이라도 한 듯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90분의 경기 시간에 모든 것을 쏟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경기 초반부터 양 팀 선수들은 쉴 새 없이 달렸고, 또 넘어지길 반복했다.
육체적인 경쟁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신경전도 ‘슈퍼매치’를 보는 또 하나의 분명한 재미였다. 두 팀 합쳐 3장의 경고가 나왔지만 실제 경기는 엄청난 긴장감 속에 치러졌다.
'슈퍼매치'가 가진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은 따로 있다. 후반 23분 윤주태와 교체된 서울 공격수 데얀은 자신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벤치에 있던 물병을 거칠게 걷어찼다. 불과 4분 뒤에는 주심의 페널티킥 판정에 항의하던 서정원 수원 감독이 다시 한 번 물병을 걷어차며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멋진 승부와 양 팀이 사이좋게 한 차례씩 상대의 골망을 흔든 이날의 경기는 다양한 볼거리까지 제공한 ‘축구 백화점’ 같았다. 경기 막판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가려던 일부 축구팬의 눈을 끝까지 잡았던 연이은 태클과 환상적인 슈팅의 향연은 ‘슈퍼매치’가 주는 또 다른 재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