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오승환.(사진=노컷뉴스DB)
집단 마무리 체제를 구상 중인 마이크 매서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의 첫 번째 선택은 오승환(34)이었다.
세인트루이스는 트레버 로젠탈을 더이상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지 않기로 했다. 매서니 감독은 9회 마무리 투수의 등판이 필요할 경우 오승환, 케빈 시그리스트, 조나선 브록스턴 등 3명의 주축 불펜투수 중 1명을 상황에 맞게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집단 마무리 체제를 오래 끌고가는 구단은 많지 않다. 보통 1명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긴다. 중압감이 큰 자리인만큼 테스트를 하더라도 검증된 선수가 나오면 그에게 '클로저'를 맡기는 것이 보통이다.
27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인터리그 경기.
매서니 감독은 마무리 투수로 오승환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6-3으로 앞서가던 세인트루이스의 6회말 수비 때 선발투수 제이미 가르시아가 2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매서니 감독은 좌완 시그리스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좌타자를 겨냥한 등판은 아니었다. 타석에는 우타자 프랭클린 구티에레즈가 서있었다.
시그리스트는 구티에레즈에게 동점 3점홈런을 허용했다.
세인트루이스는 7회초에 2점을, 8회초에 1점을 각각 뽑으며 9-6으로 앞서나갔다. 필승계투조가 본격 가동될 타이밍이었다.
시그리스트는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8회에 어떤 투수가 등판할지 관심이 쏠렸다. 로젠탈이 마무리 투수를 계속 맡았던 시기에 연투의 변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8회는 늘 오승환의 몫이었다. 이날은 달랐다. 브록스턴이 8회를 책임졌다.
3점차를 그대로 유지한 채 9회말 마지막 매듭을 지어야 할 때 매서니 감독은 오승환을 꺼내들 계획이었다.
오승환의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가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2점을 추가해 세이브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는 불펜투수 매트 보우먼을 투입해 승리를 매듭지었다.
만약 세인트루이스가 9회초에 추가 득점을 뽑지 못했다면? 아마도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세이브 기회에서 등판했을 것이다.
매서니 감독은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의 차기 마무리 투수라고 못박지 않았다. 브록스턴은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한때 LA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였지만 2012년 이후 마무리 보직에서 멀어졌고 안정감도 나머지 2명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지난해 6세이브를 챙겼고 올해도 세이브 1개를 기록한 시그리스트는 여전히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이다. 세인트루이스는 당분간 오승환을 포함해 집단 마무리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서니 감독의 이날 마운드 운영을 살펴보면 무게의 추는 오승환 쪽으로 많이 기운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