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태평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사드배치 논란 긴급토론회 - 성주군민, 언론에게 묻는다'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경북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결정된 이후, 지상파 방송의 '정부 입장 받아쓰기' 식 보도 행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내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사드 배치 논란 언론보도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드 반대하는 국민 겁박하는 보수언론'이라는 발제를 통해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두고 정치권과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언론은 정부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전자파 유해성, 사드 효용성, 주변국과의 외교문제 등 각종 쟁점에 대해 최소한의 검증 대신 이를 '괴담' '유언비어'로 치부하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동시에 반대 움직임을 '외부세력 개입' 등으로 몰아세우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사드 배치가 발표된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방송사들의 사드 관련 보도량을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주제별로 집계한 결과, KBS는 전체 27.5%건 중 18건(65.5%)에서 정부와 국방부 입장을 받아썼다. MBC도 전체 30건 중 16건이 정부 입장 보도였다.
김 사무처장은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일축해 버리는 보도가 KBS에서 4건, MBC에서 2건인 반면 사드의 효용성, 전자파 유해성, 정부의 배치 과정·부지 선정의 불투명성 등을 검증하는 보도는 단 1건도 없었고, KBS는 심지어 주민 반발만을 전하는 보도도 없었다"며 "이렇게 검증과 여론을 무시하다보니 그동안 북한 관련 보도에서 타사를 압도하던 KBS가 유독 사드의 경우 보도량이 적다"고 분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대욱 SBS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SBS의 상황은 TV 뉴스에서 중립으로 나가지만, 뉴미디어를 통해서는 비판적인 기사를 쓰고 있는데 최근 정부 발표 비중이 높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사드 배치와 관련한 보도지침을 내린 KBS 고대영 사장 등을 볼 때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은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전했다.
권성훈 언론노조 매일신문 지부장은 "언론이 성주군민 4만 6000명의 안전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데, 현재 전자파 유해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다'는 중앙 언론의 논리에 지방 언론이 밀리고 있다"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의 생명과 안전, 정부의 배치 결정상의 문제를 계속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도건협 언론노조 대구MBC 지부장은 "대구MBC 입장에서는 서울MBC와의 보도를 비교한 기사를 보고 솔직히 당혹스럽고 의아했다"며 "우리가 본질적인 문제를 모두 파헤친 것도 아니고 지역 언론 입장에서 상식적이고 당연한 보도를 했을 뿐인데, 서울 측에서 당연한 보도를 하지 않으니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 지부장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 기지가 있는 일본 교가미사키에 대한 현지 취재 역시 특파원이 아닌 대구MBC에서 담당했다. "미군 측에서 일본에 더 많은 땅을 요구하면서 커지는 현지 주민피해 등을 취재했는데, 정상적인 네트워크 체제에서라면 서울MBC에서 해야 할 일을 지역에서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MBC는 서울과 17개 지역사가 네트워크로 운영 되는데, 정상적이라면 사드 현안과 관련해 국회, 국방부, 청와대가 서울에 있으니 서울MBC에서 관련 보도를 하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주민 반응, 환경 문제 등은 지역 MBC에서 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보고를 무시하고 서울MBC의 입맛,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 했던 게 사드 보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언론의 보도는 참사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드 배치 문제는 전국적인 사안인데도 성주군민이냐 외부인이냐는 보도를 통해 불순한 외부세력이 성주군민을 선동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사드 배치 논란에 대한 중앙언론과 지역언론의 보도가 상당히 다른데,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지역 주민들을 고립시키고 성주군민들이 보상금을 노리고 있다는, 세월호 등에서 봐 온 익숙한 프레임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