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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복수노조 5년, 단체교섭권은 어떻게 '어용노조' 부메랑이 됐나

경제정책

    승자독식 복수노조 5년, 단체교섭권은 어떻게 '어용노조' 부메랑이 됐나

    기업별 교섭·창구 단일화 대신 산별·초기업별 노조 교섭 보장해야

    (사진=자료사진)

     

    올해로 도입 5년째를 맞은 복수노조 제도가 어용노조 설립을 부추기고 노사 간 극한 대립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12일째 파업과 직장폐쇄를 주고받으며 노사 대치 중인 현대차 납품업체 갑을오토텍.

    최근 이곳 노조가 공개한 'Q-P 전략 시나리오'와 'K-P 전략 시나리오'라는 사측이 작성한 노조 파괴 전략 문건의 핵심은 어용노조를 설립해 기존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시간을 거슬러 2013년 12월, 통상임금 소송을 벌이던 갑을오토텍 노조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받아내면서 일약 노동계의 스타가, 또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게 된 경영계의 눈엣가시가 됐다.

    그로부터 1년 뒤, 사측은 특전사·경찰 출신의 '신입사원' 60여명을 채용했고, 이들은 제2노조를 세우고 기존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이번에 노조가 밝힌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처음부터 어용노조를 세우기 위해 사측이 끌어들인 이른바 '구사대' 용병들이었다. 경비업무 외주화를 밀어붙여 불법파업을 유도한 뒤 직장폐쇄와 대규모 징계로 노조를 탄압하고, 어용노조 설립으로 마무리한다는 전략의 첫 수순이었던 것.

    이런 노조 탄압 방식은 갑을오토텍의 문건 안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유성기업이나 빌레오만도, 중앙대, 이마트 등 지난 5년 동안의 굵직한 노사 갈등 현장마다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한 노조 탄압 시도가 유행처럼 번졌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복수노조 제도의 맹점은 노동자들의 가장 큰 방패인 '노동3권'이 오히려 사용자들을 위한 채찍으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유성기업 사태는 개별교섭 여부를 사용자가 입맛대로 고르면서 '단체교섭권'을 악용해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전형적 사례다.

    2011년 7월 복수노조 합법화 직후, 유성기업에서는 사측 관리직이 대거 가입한 '제2노조'가 설립돼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었고, 사측은 교섭창구를 단일화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과반수 노조 지위를 회복하자 사측은 2015년 개별교섭으로 전환했다.

    개별교섭 과정에서 어용노조와 기존 노조를 차별 대우해 자연스레 조합원 탈퇴를 유도하고, 어용노조가 세를 키운 상태로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기존 노조를 고사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식이다.

    이러한 악순환 끝에 밀려난 소수 노조는 단체협약 체결에 개입할 수 없어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잃어버린 무기력한 노조로 전락하기 일쑤다.

    지난해 12월 입사 1~2년 차인 신입사원까지 퇴직 대상에 포함해 논란을 빚었던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설립된 기업노조가 대표노조로 자리 잡았다.

    이미 신입사원 퇴직 논란 이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지만, 교섭권이 없는 제2노조로 전락한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선전활동이나 언론 대응 외에는 노사교섭에 일절 개입하지 못해 구조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승자독식 방식의 복수노조 제도에서는 노조의 '단결권'이 건강한 경쟁 대신 오히려 교섭권을 독점하기 위한 조합원 유치 경쟁을 부르며 '노-노 갈등'을 빚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고, 소수 노조를 손쉽게 탄압할 수 있는 현행 제도로는 사용자들이 어용노조를 악용하는 부당노동행위의 유혹을 끊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박주영 노무사는 "창구단일화 도입 전에는 초기업별 노조를 통해 자유롭게 교섭할 수 있었다"며 "사용자가 산별·초기업별 교섭에 의무적으로 응하게 해 어용노조로 교섭권을 독점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업노조란 일반적인 개별기업노조와 달리 지역이나 산업, 직종 등을 단위로 조직한 단위노조로, 다른 기업이나 사업장의 노동자와 노조를 설립하거나, 하청노동자·해고자 등도 가입할 수 있다.

    박 노무사는 또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설립하거나 노조를 차별대우해 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벌여도 노동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와 고의성이 없다고 입증 책임을 지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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