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올림픽 메달 도전에 나섰던 한국 여자배구는 부실한 지원에 결국 발목을 잡혔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부럽네요. 많이 부럽네요"
김연경(페네르바체)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자배구계에서 손꼽히는 스타 플레이어다. 경기력은 물론, 연봉에서도 김연경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선수다.
하지만 2016 리우 올림픽에 나선 김연경은 세계적인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지원 속에 40년 만의 메달 도전에 나섰다. 네덜란드 전지훈련까지는 함께 했던 통역과 의료진이 올림픽의 무대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이동하며 대표팀과 동행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브라질로, 지원 스태프는 그대로 귀국길에 올랐다.
통역은 물론, 의무진도 없이 올림픽을 치러야 했던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12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경기장과 선수촌에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이 제한적으로 발급된 탓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할 수 없었다.
대한양궁협회처럼 든든한 지원을 받는 종목은 리우 현지에 대규모 지원단이 파견돼 선수단을 위한 비밀 휴게실 등을 만드는 등 대대적인 지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구협회는 수년 전 협회가 입주하기 위한 부동산 개발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탓에 40년 만의 메달 도전에 나선 대표팀을 지원할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한국 여자배구의 위대한 도전은 8강에서 멈추고 말았다. 제아무리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김연경을 앞세운 한국이었지만 외로운 싸움은 결국 승리할 수 없었다. 기대가 컸던 여자 배구가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부진했던 선수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고, 12명의 선수는 쫓기듯 각기 다른 일정으로 찢겨 귀국길에 올랐다.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연경은 "다른 나라에서 봤을 때 '저 나라(한국)는 왜 저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ID가 부족한 부분은 다른 방법으로 데리고 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안 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통역도 없고, 전담 의료진도 없는 상황에서 김연경은 선수로 코트에 나서야 했고, 코트 밖에서는 통역도 해야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연경은 "경기 외적으로 많이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2년 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부실한 식사로 끼니를 해결했다는 사실이 최근 다시 대중에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이는 2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연경은 "대한체육회에서 영양사를 데리고 와서 다행히 도시락이라도 있어 버틸 수 있었다. 도시락 먹을 때 컵라면을 같이 먹었다"며 여자 배구대표팀의 어려웠던 메달 도전을 설명했다. 특히 김연경은 양궁 대표팀의 전 종목 석권이 있게 한 특급 지원 소식에 깊은 한숨과 함께 "부럽다. 많이 부럽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와 8강전 패배로 일부 선수에 쏟아진 배구팬의 집중적인 질타에도 김연경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안 그래도 선수들이 많이 속상해했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속상해하니 내 마음도 안 좋았다. 나였으면 힘들었을 것 같은데 티도 많이 안 내고 이겨내려고 잘 버텼다"고 힘든 시간을 잘 견딘 후배들의 노력을 소개했다.